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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an Oct 01. 2024

[食] 爽口凉拌木耳_량빤무얼


목이버섯은 활엽수 고목에 무리 지어 자란다. 생김새가 나무의 귀와 같다 하여 목이(木耳)라 이름이 붙었다. 비단 생김새뿐 아니라 식감, 촉감도 흐물거리는 듯 연골질의 느낌이니 꼭 귀(耳)와 같다.  


우리의 밥상엔 잘 오르지 않지만 중국의 음식엔 다용하다. 목이버섯은 영양과 식감에서 대체할 재료가 없다.


'素中之王'이라 하여 야채의 왕이란 별칭을 얻었다. 약으로 쓸 만큼 영양이 풍부한 까닭이다. 중의학에선 기혈을 보충하고 피를 맑게 하며, 독소를 없애고 위와 장을 깨끗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실제 칼슘과 비타민, 식이섬유와 콜라겐이 많다고 하니 위의 효용이 과장은 아니겠다.


영양적 측면을 넘어 목이버섯의 독특한 식감은 음식으로의 역할도 충실하다. 부드럽고 쫄깃한데, 미끈거리며 입안을 돌고, 오도독 비틀거리며 씹히는 식감에 혀를 넘어 턱까지 즐겁다. 오물오물 씹는 재미가 남다르니 어떤 야채, 버섯으로도 대체불가하다.


짙게 검은 색조차 미덕이다. 검정색을 띠는 재료는 귀하니, 녹색, 황색, 홍색 어디에도 어울려 색채를 더한다. 귀처럼 생긴 쫄글쪼글한 모양의 재미와 함께 색으로도 눈이 즐겁다. 보관성도 좋아 건조시킨 버섯을 필요할 때마다 물에 불려 사용하면 되니, 음식을 하는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름에도 드러나듯 량차이(凉菜, 본 음식을 즐기기 전 먹는 차가운 요리)다. 차게(凉) 목이버섯을 무쳐(拌) 먹는다. 간장과 식초, 마늘과 고추, 설탕을 넣어 버무렸다. 새콤한 맛과 함께 목이버섯의 식감을 즐기면 매콤한 고추의 향이 슬며시 올라온다. 없던 입맛도 돌아올 듯, 입이 상쾌(爽口)해진다.


쌍코우량반무얼(爽口凉拌木耳)은 쏸라무얼(酸辣木耳)이라고도 한다. 앞의 이름이 먹고 난 감흥(爽口)과 조리법(凉拌)을 강조한 반면, 뒤의 것은 새콤매콤(酸辣) 맛으로 명명했다. 지역마다 식당마다 호칭은 다르다.  


쓰촨(四川)성의 음식이나 전국적이다. 어느 식당에서건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만큼 대중적이고, 누구나 좋아할, 어느 음식에나 맞는 식전 량차이(凉菜)다.


풍부한 영양과 해독 작용에, 안주로도 즐긴다. 한잔 독주의 잔향을 깔끔하게 씻어내며 입을 개운케한다.


백주 한 잔, 목이 한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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