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飮食)은 뜻처럼 마시고(飮) 먹는(食) 것을 말하니, '식'과 '음'은 동등하다.
중국에서 음(飮, 마시는 것)은 차(茶)가 대표한다. 차는 일상이고 습관이다.
차는 중국이 시작이다. 차를 뜻하는 영문 'Tea'도 중국 푸젠성(福建省)의 방언에서 나왔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은 중국에서 차를 얻기 어려워지자 인도와 동남아의 곳곳 식민지에 차밭을 일궜다. 녹차는 산화가 빨라 제품이 상하니 이를 발효시킨 홍차를 본국으로 이송했다. 홍차가 유럽의 입맛을 점령했다.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차의 70%는 홍차다.
중국의 차는 발효의 정도에 따라 크게 6종류로 나눈다. 부르는 이름에 색이 붙는데, 차와 찻잎의 색이다. 차나무의 잎, 찻잎을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른다.
녹차(绿茶)는 발효 과정이 없다. 찻잎을 따 덖어서 건조시킨다. 이른 봄의 찻잎일수록 달고 은은하며 여름으로 깊어갈수록 진하되 쓴맛도 강해진다. 가공의 과정을 덜어내니 단촐하여 찻 잎 본연의 질이 중시된다.
백차(白茶)는 덖는 과정조차 생략했다. 어린 새순을 따 조심스레 말린다. 새순은 어리니 솜털 같은 하얀 털이 애처롭다. 담백한 맛은 싱거울 정도나 청량하여 깨끗하다. 새순은 많지 않으니, 백차의 산출양도 적다.
청차(青茶)는 우롱차(乌龙茶)라 퉁친다. 발효과정을 거치는데 그 정도와 방법이 다양하여 녹차와 가까운 형태부터 홍차와 유사한 것에까지 다양하다. 별칭 우롱차의 기원은 이렇게 구전된다. 푸젠성 차밭에서 일했던 우롱(乌龙, 龙을 이름으로 썼는데, 피부가 까매 乌를 붙여 불렀다 한다)은 사냥에도 능했는데, 찻잎을 따던 중 사슴을 발견해 좇았다. 바구니에 담아둔 찻 잎은 밤새 차밭에 남았고, 자연 숙성 발효되어 겉이 누런 갈색으로 변했다. 다음 날 바구니를 찾은 우롱은 실망하여 색이 변한 찻잎을 우려 마셨는데, 그 맛이 오히려 깊고 달아, 이름을 떨쳤다는 유래다. 푸젠성의 북쪽엔 우이산(武夷山)이 있고 그 이름도 유명한 다홍빠오(大红包)가 난다. 남쪽에도 유명한 티에관인(铁观音)이란 차가 있는데, 이 모두 청차에 속한다.
황차(黄茶)는 종이에 찻잎을 싸 발효시키며 그 정도가 크지 않다. 흑차(黑茶)는 푸얼차(普洱茶)로 유명한데, 덖은 찻잎을 뭉처, 효소(곰팡이)로 발효시킨 차를 말한다. 완성된 형태에도 계속 발효가 진행되니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홍차(红茶)는 완전 발효차다. 청차보다 발효의 정도가 크다. 일반적으로 영문 Tea는 홍차를 말한다. 차의 산지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 중국에선 안회이성(安徽省) 치먼(祁门)의 치홍(祁红)이 유명하다. 인도의 다즐링, 스리랑카의 실론(우바) 역시 산지의 이름이다.
선호하는 차는 개인의 취향이나 지역별 대강의 기호는 이렇다.
장수(江苏), 절강(浙江)성은 녹차를, 푸젠(福建)성과 타이완(台湾)은 청차(우롱차)를, 광동(广东)성과 홍콩은 홍차를, 윈난(云南)성은 흑차, 푸얼차를 즐긴다한다. 입맛의 차이라기보다 유명한 차 산지와 연계되어 형성된 인식이란 생각이다. 절강성엔 항저우(杭州) 시후(西湖)의 유명한 녹차 롱징(龙井)이 있고, 푸젠성은 우롱차의 시발점이며, 중국 차의 최고 산지다. 광동과 홍콩은 영국의 영향이 컸으니 홍차로 기울었고, 윈난은 푸얼의 고향이니 당연한 결과다. 지역의 사람들은 그 지역의 산물을 최고로 치는 법이다.
북방만이 예외다. 베이징의 사람들은 모리화차(茉莉花茶)를 즐긴다. 찻 잎에 재스민(茉莉花)꽃 향을 입힌 차다. 물이 안 좋아 그렇다고도 하나, 남쪽의 차가 북쪽에 닿는 시간에 따른 차의 변질이 원인이다. 찻잎은 햇빛과 습도, 냄새에 민감해 다루기도 보관하기도 여간 어려워 변질이 쉽다. 중국의 차 산지는 모두 남쪽에 있으니, 유명한 산지의 녹차를 베이징까지 뱃길로 옮기기엔 무리가 있었다. 옛날의 현인은 녹차에 꽃 향을 더해 방법을 찾았다. 차의 변질을 꽃 향으로 가리고자 했으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나, 그 향이 녹차의 것과 지극히 어울려 북방에선 대세가 되었다. 실제 차는 더 달고 맛이 깊어져 다분한 눈속임은 아닌 결과다.
차를 마심을 중국에선 핀차(品茶), 허차(喝茶)로 나누어 말한다. '핀차'는 차를 평한다(品)는 의미로, 차 고유의 맛을 음미하며 즐김을 뜻한다. '허차'는 그대로 차를 마신다(喝)는 일상적 행위다. 단어만으로 차를 대하는 중국인의 자세를 본다.
일본에서의 차는 다소 무겁다. 말차(抹茶)와 현미녹차를 제하면, 다도(茶道)의 방법과 예절까지 더해져, '핀차'에 조금 더 가깝다. 중국의 사람들은 책상에, 테이블에, 가방에, 자동차에, 손이 닿는 거리에 차를 놓고 마신다. 식사를 할 때는 당연하다. 고급 식당은 요리 메뉴판과 함께 차 메뉴판을 따로 내온다. 중국의 음식은 기름진 것이 많으니 깨끗한 차와 어울린다. 중국의 음식과 차는 떨어지기 어려워 서로 불가결하다.
음식과 함께 마시는(喝茶) 일상의 차가 있고, 도시 곳곳 차관(茶馆), 그 가치와 맛을 음미하고 평하는(品茶) 귀족적 차가 있다. 차는 그 계급을 나누어 생활처럼 곳곳에 녹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