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레몬 네이드
미국 드라마에선 아이들이 레모네이드 부스를 만들고
레모네이드를 팔아 장난감도 사고, 어려운 친구들 돕기도 하던데
어릴 땐 그게 왜 그렇게 해보고 싶었는지.
우리 집 대문 앞에서 레모네이드 부스를 차리면 누가 와서 사 먹을까,
레모네이드 팔아서 무얼 사지 같은 엉뚱한 상상도 했더랬다.
팔 때는 없지만 여름이 오면 김장 못 참는 우리네 엄마들처럼
나는 레몬청을 만든다. (이런 내가 나이 들어서 매실청을 담겠지.?)
오랜만에 방문한 재래시장에선 레몬이 3개 1000원. 오이가 5개 2000원.
3개 1000 원주고 사온 레몬은 씨가 많다.
그래, 그럼 그렇지.
소나무도 죽기 전에 솔방울이 가장 많이 달린다더니
레몬도 상태가 안 좋아서 씨가 많나 같은 생각을 하며 씨를 빼낸다.
씨를 뺀 레몬을 큰 볼에 담고 설탕을 붓는다.
김치 담그듯 레몬에 설탕을 살살 버무려 소독해 둔 병에 담아주면 끝.
설탕이 녹을 때까지 실외에서 하루나 이틀쯤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꺼내 먹으면 된다.
(최근 담근 레몬청은 자일리톨로 만들었는데 설탕보단 묽은 느낌이라
낯설긴 하지만 맛은 거의 같아서 아이에게 주기도 부담이 없다.)
레몬 청운 에이드뿐 아니라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따뜻한 레몬 차로,
고기를 재울 때 설탕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비록 나는 술은 못하지만) 위스키와 탄산수에 섞어서 먹으면
꽤 그럴듯한 맛이 난다고 애주가 친구는 말해주었다.
보통은 한 달 안에 소비를 하는 것이 원칙이나 냉장고 깊은 곳에
짱 박아두면 그것보다는 조금 더 오래 먹을 수도 있다.
김장도 그렇듯 내가 먹는 것보다 남들에게 주는 것이 많은 것처럼
기왕에 손댄 김에 많이 만든 레몬 청운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좋다.
만들 땐 어휴, 몇 번이나 먹는다고 굳이 이걸 또 만들고 앉아있냐며
셀프 구박을 하지만 아마도 시간을 되돌려 시장으로 간다 해도
나는 3개 1000원 하는 레몬을 12개 사 오겠지.
응, 그건 뭐 안 봐도 비디오지.
왜냐하면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1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또 머리가 띵-하게 시원한 레모네이드 한잔 마시면
캬, 바로 이 맛이지! 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