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엔 감자를 먹자
24 절기 중 열 번째 절기로 해가 가장 긴 날. 하지.
더워죽겠는데 무슨 감자를 쪄 먹기까지 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하지감자만큼 맛있는 감자는 먹어본 적이 없다.
오죽하면 하지엔 감자 캐 먹는 날이라고 할까-
그래도 감자를 캐야 하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하지 즈음 되면 천안에 살고 계시는 남편의 다섯째 작은아버님 댁에서 감자가 올라온다.
감사하게도 텃밭에서 간단히(라고 하지만 한 100평은 되어 보임) 농사를
지으시는 작은 아버님께서는 가끔 배추, 무, 감자 등을 보내주신다.
감자를 먹으면 아려서 싫다는 시어머니는 구황작물 킬러인 며느리(=나)에게
그 귀한 햇감자를 박스째 넘겨주셨다.
사랑의 눈으로 봐서 그런가 흙을 씻은 감자는 반질반질 예쁘기도 하지.
햇감자는 껍질도 얇아서 그냥 쪄 먹어도 좋지만
필러로 껍질을 벗겨낸 뒤 감자가 잠길 만큼 물을 넣고 삶는다.
가풍에 따라 소금을 넣는 집, 설탕을 넣는 집, 또는 뉴 슈거를 넣는 집이 있지만
우리 집은 할머니 때는 뉴 슈거를 나는 소금을 넣는다.
(평소에 단것을 안 좋아하지만 어째서인지
설탕 토마토와 소금 넣고 삶은 감자에 설탕 뿌려먹기는 참을 수가 없다.)
강불에서 중불로, 젓가락으로 감자의 익힘을 확인하며 끓여주는데
감자가 어느 정도 익고 물기가 거의 날아가고 따닥 소리가 탁탁-으로 바뀌면 불을 끈다.
지금부터가 진짜 중요한 타이밍.
냄비 손잡이를 잡고 살살 감자를 굴리면 뽀얀 분이 올라오며
포슬포슬한 하지감자 완성.
자긴 감자튀김만 좋아한다며 삶은 감자는 안 먹겠다던 딸아이도
한 입만 먹어보라고 해서 겨우 한 입 먹어놓고는
“엄마 이렇게 맛있는 걸 왜 난 안 줬어?” (안 줬겠냐고..)
하며 그릇을 뺏아가는 맛.
그게 바로 하지감자의 맛이라는 거란다. 이 애송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