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육식보다는 채식을 좋아하는 입맛이 닮은 딸아이는
그중에서도 오이나 당근 같은 단단한 야채를 좋아한다.
작년엔 앞니가 빠지고 대문이 휑 한데
오이가 먹고 싶다며
방망이만 한 오이를 옆으로 쪼개 먹는 모습이
정말 가관이었다.
언제나 오이를 살 수 있는 계절 여름이 오면
하루가 멀다 하고
오이를 사다 나른다.
그렇지 않아도 싼 오이가 세일을 하면
오이를 넉넉히 사서
피클을 담는 것이 인지상정이지.
천일염으로 바락바락 씻은 오이의 물기를 닦아주고,
툭툭 썰어 열탕 소독한 병에 담는다.
피클 스파이스, 월계수잎을 넣고
끓인 설탕+식초물을 부어주면 끝.
여기서 나만의 킥은 레몬 청음 담을 때
남겨둔 레몬 하나.
레몬을 슬라이스해서 넣으면 청량함이
포카리스웨트 저리 가라 하는 맛이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파스타나 리소토와 함께
곁들여내거나 브리또(라고 해봤자 토르티야에
불고기와 스트링치즈를 넣고 말아 줌.)를
먹을 때 느끼함을 잡아 주어 좋다.
그 밖에도 오이 요리는 수도 없이 많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맛은
제주도에서 먹은 육회와 함께 먹었던 것이다.
설탕+소금+깨가 들어간 양념에 오이와 배
그리고 육회를 섞어서 먹는 것인데
세상에 이런 맛이! 하며 세상은 넓고
먹깨비들은 많구나 하고 생각했다.
(당연한 소리지만 집에서 비슷하게 따라 해보았지만
제주도에서 먹었던 것만큼은 맛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