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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피디 Jul 13. 2021

MZ세대의 시청 효용감과 공감대 갖춘 다큐멘터리 필요

<환경스페셜>

지난 1일 방영된 환경스페셜 ‘제로 웨이스트 패션’ 편은 ‘패스트 패션’을 비롯한 옷 소비의 증가가 지구 반대편에 미치고 있는 악영향과 환경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다방면에서 분석했다. ‘환경스페셜’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전문적인 내용들을 잘 정리했지만 50분의 러닝타임을 줄곧 집중해서 보지는 못했다. 밀레니얼의 관점에서 해당 회차에 몰입할 수 없었던 이유를 짚어보고자 한다.


콘텐츠가 줄 효용감

 1020세대는 자신의 콘텐츠 시청 경험이 더 나은 삶과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효용감을 원한다.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아주 작게나마 제시해줘도 밀레니얼은 효용감을 느끼며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패션이 플라스틱과 직결됨을 밝히고, 폐페트병을 재활용하는 기업의 시도가 또 다른 문제를 낳아 결국 본질적인 해결책은 ‘기업이 생산을 줄이는 것’이라 설명한다. 이런 전개에서 시청자와 소비자의 역할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청자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다큐멘터리는 1020 세대에게 지루한 논문 혹은 보고서와 다를 바 없다. 특히 제기한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는다면 시청 이후에는 찝찝함이 남는다. 소비 트렌드가 폐의류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보여줬지만 소비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제시하지 않았다. 환경 이슈를 다룬 다큐멘터리 ‘씨스패라시’는 국내 SNS에서도 각종 해시태그를 달아 ‘시청 인증’ 열풍을 일으켰다. 작품 내에서 환경운동가의 입을 빌려 “생선 소비를 줄이는 것이 정의롭지 못한 수산업과 환경파괴를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명료한 메시지가 통한 것이다.


문제의 ‘복잡성’보다 해결의 ‘공감대’ 필요해

 밀레니얼 세대는 복잡한 문제를 설명하는 다큐멘터리에 피로감을 느낀다.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각종 실험과 수치를 들어가며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명료하고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더 유효하다. 공감대를 만든다면 스스로 전문적인 정보를 찾아 사회운동에 나설 정도로 적극적인 세대이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는 SNS 알고리즘의 구조를 설명하는 전문가 인터뷰와 일상적인 상황극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했고, 윤리적인 알고리즘을 주장하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시민단체와 사회혁신가들이 일상에서 어떻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를 참고한다면 소비자이자 시청자인 밀레니얼에게 더 큰 공감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타자화되고 생략된 1020 세대의 이야기

 해당 회차는 자칭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를 ‘환경 파괴’의 원인이라 지적한다. ‘젊은 세대의 트렌드’라는 현상으로 문제를 타자화하는 게으른 해석이다. ‘옷을 빈번하게 소비하는 대학생’만을 MZ세대로 섭외해 단편적인 트렌드를 전달하고, 울트라 패스트 패션 산업에서 어플의 ‘추천’ 키워드만을 근거로 MZ세대가 필요 없는 옷을 구매하고픈 욕구를 느낀다고 단정 지었다. 트렌드의 본질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연결 짓지 못한 채 “기업이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이율배반적 구호로 논의를 마감해 MZ세대는 다큐멘터리 시청 이후에 환경 파괴에 동조했다는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환경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의 트렌드는 상대적으로 생략됐다. 많은 전문가들이 밀레니얼의 ‘가치 소비’ 트렌드에 주목한다. 주 소비층이 밀레니얼이라 SPA를 비롯한 의류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패션’을 고민한다. ‘필요 없으면 사지 말라’는 도발적인 문구를 내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와 트럭용 방수 덮개를 리사이클링 가방으로 만드는 ‘프라이탁’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에피소드 말미에 폐의류 및 플라스틱을 리사이클링 업체를 소개하면서 문제 해결의 주체는 기업으로 한정했다. 대신 환경 문제를 고민하면서 시민활동을 하고 있는 수많은 밀레니얼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더 역동적이고 희망적인 마무리가 됐을 것이라 짐작한다.


최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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