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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다정 Jan 08. 2024

감정적 반응에서 전략적 대응으로

[엄마 사장의 사업 기록] 일로 받은 상처에 대응하기

나는 어떻게 일하는 타입?

최근 에너지 카드를 해봤습니다. 기질과 성향을 알아보는 카드로 태어났을 때부터 가진 나의 선천적인 본성과 성장하면서 교육과 삶의 지혜로 얻어지는 성향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저의 본성 카드는 Wisdom of Solomon입니다. 칼을 들고 있는 솔로몬처럼 옳고 그름이 분명하다고 합니다. 어떤 숭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옳고 그름을 가린다기보다는 그냥 올바름 자체에 민감한 기질이라고요. 에너지 카드가 저의 기질을 잘 맞추었습니다. 




본성이 그래서 그런지 일을 하면서 올바른 방식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늘 크고 심각한 편입니다. '업무'란 시간과 범위, 비용에 따라 정해집니다. 비용에 따른 업무 리스트가 올바른 업무 수행의 기준이 됩니다. 이 기준을 상대방이 어겼을 때 일을 하면서 상처를 받습니다. 일을 대충 하는 타입이라면 아마 마음에 스크래치가 덜 날 수도 있는데, 잘하려는 마음도 크다 보니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화가 납니다. 

일은 일이지 상처까지야.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라서 상처받았다고 표현하는 걸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다른 단어가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부당한 업무 관계에서 억울함이 커지면 일의 의미를 잃고 내 일이 싫어지니 일로 인한 상처가 맞지 않을까요?



할 말을 해야만 했다!


최근 한 파트너사와 일하면서 정말 뼛속 깊은 좌절을 느꼈습니다. 선을 넘는 행동들을 물론이고 저희 요청사항을 하나도 듣지 않고 무시하는 행동이 계속되었습니다. 일을 진행하면서 고객의 니즈가 달라지고 일의 범위도 더 넓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어느 정도의 유연함은 가지고 있습니다만, 본래 4개로 작성하기로 했던 주제가 12개로 늘어나는 지나침은 처음이었습니다. 좀더 좋은 결과물이 욕심 나서 원래 업무 범위가 아닌 인터뷰도 20개나 더하고 인터뷰 분석에도 일찍이 참여하는 등 열심히 했더니 무리한 요구가 당연해졌습니다. 실은 이 정도의 증가는 견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너무 작은 이슈를 크게 부풀리는 측면도 있어 수량을 줄이자고 이야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초기 계획보다 작업량이 많이 늘어났지만 우리 능력을 보여주고 고객에게도 필요한 내용이라 최종적으로 수용했습니다. 


이럴 때 서로 고마워하고 알아서 배려하면 좋으련만 무례한 사람들은 이런 마음을 이용합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업무 범위를 넘는 요구를 당연하게 하는 무례함을 자기 일 욕심으로 좋게 포장하더라고요. 반대로 생각하면 그의 마음속에서는 저희가 일 욕심이 없어서 안하려고 한다고 생각했겠죠? 그러니 그 파트너의 입장에서 저희에게 주는 돈이 아까운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론이었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결국에는 일을 마무리하며 마지막 한 방을 날렸습니다. 최종 보고를 위한 보고서 작업이 다 마무리된 후, 일을 진행하면서 나눈 업무 중에서 우리가 수행하지 않은 업무가 있으니 잔금 30%를 주지 못하겠다는 메일이 갑작스레 날아왔습니다. 일을 다 끝나고 난 뒤 견적 이슈라니... 여러 측면에서 분노를 자아내는 메일이었습니다. 뭐 당연히 정식으로 항의했고, 더한 일이 너무 많았기에 잔금 문제는 해결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용당하고 마지막까지 무례함을 서슴 않은 행동은 깊은 상처가 되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새로운 파트너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쉬운 설명을 위해 앞의 파트너를 A로 뒤의 파트너를 B라 칭하겠습니다). B가 A와 비슷한 요구를 이어가니 이전의 경험이 떠오르며 방어적인 반응이 툭툭 튀어나왔습니다. B와 처음 일하는 것임에도 B의 업무 수행 방식을 이해하려는 마음이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좀 더 해줄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열심 따위가 하나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 사람도 우리를 이용하려는 부류라는 생각이 들며 무리하고 무례한 요구를 어떻게 쳐낼지 고민했습니다. 실제로 B 역시 A와 같은 무례함을 시전하기도 했습니다. (왜 다들 업무 범위를 안 지키고 귀찮은 문서 작업은 다 남에게 미루려 할까요? 말로만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한번 써볼까 싶습니다.) 그래서 A에게보다는 더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구든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고 싶은 분들은 없을 겁니다. 재차 이용당하고 싶은 사람도 없을 거고요. A와 일할 때와는 다르게 선을 확실히 긋고 나니, 솔직히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마음이 다치는 일이 줄어듭니다. 아무 생각 없이 미루는 일들을 쳐낼 때는 분위기가 참 많이 싸했습니다. 하지만 내 일을 아는 것은 나뿐이니, 이를 지켜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것 역시 나만 할 수 있는 대응이라는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일을 하면서 불평이 생기고 애정이 떨어지게 만드는 불편함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솔직하게 말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소하지 않은 대응을 했더니, 이다음부터는 일의 진행이 원활하게 느껴졌습니다. 나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할 말은 해야 했습니다. 



그게 뭐든, 나도 당신도 윈윈하는 방법이어야지


에너지 카드의 마지막은 제가 잘 성장해서 이룰 모습이라고 합니다. 긍정적으로 잘 성장했을 때 Strenth 카드에서 사자 앞에 당당히 서 있는 벌거벗은 여차처럼 하고 싶은 일들을 거침없이 해낸다고 합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본성에서 성장의 과정을 지나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낸다고 합니다.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조화와 평화를 원한다고도 첨언했는데 이 해석 역시 저의 상태를 잘 표현해주었습니다. 



상처가 있으면 반응하게 되고 목적이 있으면 대응하게 됩니다. 감정적으로 반응한다고 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한다고 하지요. 관용어 같이 쓰는 표현 안에 반응과 대응의 차이가 담겨있습니다. 반응은 자극에 대한 현상이고, 대응은 상황과 상대에 맞추어 행동하는 것입니다. 감정적 반응은 우리의 의도와 생각을 전달하지 못합니다. 내 반응을 상대방에게 평가당하기가 쉽죠. 전략적 대응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입니다. 문제 해결은 서로가 윈윈하는 방향이어야 하지요. 


다른 사람과 나 사이의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회사가 잘되려면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일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로 인식되고 좋은 인상을 남겨야만 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 스스로 마음의 스크래치를 크게 입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스스로를 지켜내는 일 또한 무시해선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전문가로,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지만 그 과정에서 나의 자존심과 자신감이 상처를 입는다면 타인의 인정이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어쨌든 언제나 주어진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은 '나'이고, 어떻게 일하든 나는 내 방식대로 일수밖에 없으니까요. 

 

참, A 파트너는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나쁜 일은 해석하고 이해하고 대응하려 하기보다 지우는 게 최선이더라고요. 다 지우고 나야 자연스레 회복되는 일도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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