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주차_뿌듯함 한 움큼 집어 먹고 시작하는 오늘 하루도 그렇게
주말 동안 집콕하면서 혼자 유난스럽게 삼시세끼를 해결했다. 어제 점심으로 카레우동을 해 먹으면서 조금 덜어둔 카레와, 본가에서 가져온 새로운 반찬이 오늘의 아침밥이 되었다.
아침밥을 준비하고, 역시나 밀린 영어 숙제를 턱끝에서 간신히 해치운 주말의 끝에서. 내일부터 먹을 가벼운 저녁으로 요거트와 바나나도 챙겼다. 운동도 다시 시작하려는 나는 또 새로운 시작 앞에서 꽤나 의욕적이다.
작심삼일의 어디쯤에서 나는 지칠까, 아니면 폴짝 뛰어넘어 금요일에 다다를까. 알 수 없는 한 주의 출발선에서 오늘도 든든히 배를 채우고 문을 나섰다. 영하 10도를 가리키는 오늘의 날씨는 생각보다 춥지 않아 발걸음이 가벼웁고. 새로 산 김서림 방지 안경수건 덕분에 평소와 다른 출근길의 풍경이 꽤나 맑고 신선하다.(22.01.17)
저녁을 가볍게 먹기로 한 첫날부터 밀려오는 공복감이 오랜만이라 반가우면서도 어색하던 지난밤, 나는 그저 내일 아침은 뭐 먹지, 그것만 생각했다. 토마토달걀볶음을 만들어놓고, 남은 토마토 몇 조각을 설탕에 재워두었다. 든든한 아침을 기대하며 잠을 청했다.
아뿔싸, 오늘은 평소보다 좀 더 늦잠을 자고 말았다. 시간 없어도 아침은 먹겠다는 의지로 서둘러 밥상을 차리니 오늘은 6첩 반상이 되었다. 허겁지겁 먹고 호다닥 씻고 준비하고 밖으로 나와 시간을 보니 이 정도면 세이프.
어제는 백만 년 만에 운동하고 와서 체중계에 올랐다. 미세하게 줄어든 몸무게와 눈곱만큼 늘어난 골격근량에 기뻐하는 내가 조금 웃기지만은. 그렇게 느릿느릿 조금씩 변해가는 나를 칭찬하고 토닥이며 오늘도 힘내 보기로.(22.01.18)
새해 들어 내내 피곤했다. 집에만 오면 그저 쉬고 싶어 늘어지다가, 뒤늦게야 밀린 영어 숙제하느라 한두 시쯤 자기 일쑤였다. 새해 중간점검을 하면서 수면시간을 확보하기로 마음먹었다. 6시간은 자기로.
어젯밤 해동시켜둔 냉동 고등어 한 마리를 구웠다. 급히 굽느라 조금 덜 익은 게 아쉬웠지만, 아침에 생선을 구워 먹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괜히 뿌듯했다. 다음 주 아침으로 먹을 것을 미리 사서 냉장고를 채우는 일 또한 주말의 소소한 즐거움이 되었다.
"아침밥 꼭꼭 챙겨 먹고, 잠 충분히 자고, 밤늦게 뭐 먹지 말고, 운동 꾸준히 하라"는 엄마의 잔소리 같은 말들을 하나씩 행동으로 옮겨보는 요즘. 그것들이 주는, 어제를 무탈하게 보낼 수 있는 건강과 오늘을 여는 체력과 내일을 그려볼 용기로 또 한 걸음을 내딛게 한다.(22.01.19)
계획대로 완벽히 해내지 못해도 실망하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하다는 과한 셀프칭찬으로 스스로를 토닥이곤 한다. 이게 뭐라고, 뭐든 쉽게 포기하고 뒷걸음치던 나를 일으켜 반걸음이라도 내딛게 한다.
알람 수십 개가 스치고, 마지노선 앞에서 간신히 눈을 떴다. 지난밤 예약 걸어둔 밥솥은 묵묵부답. 급히 빵을 굽고, 냉장고에서 이것저것을 꺼냈다. 급조한 것치곤 꽤 근사한 조식이 되었다.
때론 맘처럼 되지 않거나 예상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럴 땐 쉬이 짜증도 나고, 그동안 해온 것들을 와르르 무너뜨리고 아무것도 모른 척 웅크리게 된다. 아직은 너무 이른 1월이고, 네모난 아침밥상의 기록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매일같이 보고 있다. 그래, 지난주보단 밀린 영어 숙제 개수가 줄었고, 어제보단 수면시간을 삼십 분 더 확보했고, 어제보다 소수점 단위로 체중이 줄었다. 그거면 됐지, 뭐.(22.01.20)
어제 아침까지 묵묵부답이던 밥솥을 깨워 흰쌀밥을 그릇에 담고, 해동해둔 냉동 아보카도를 썰어 넣고, 오늘은 성공한 계란후라이를 올리고, 때마침 남아있던 김가루를 뿌리고, 작고 귀여운 통에 든 명란마요를 맘껏 짜고, 고소한 참기름을 두르니 아보카도명란마요비빔밥 완성!
어제는 갑자기 생긴 약속으로 운동 계획을 잠시 미뤄야 했다. 생일 축하하는 자리에서 만난 반가운 벗들과 추억을 곱씹으며 웃고 떠드는 즐거움을 오랜만에 느꼈다. 아쉬움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와 리듬이 끊어지지 않도록 얼른 씻고, 내일 아침 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와 달리 어느새 한 줌의 책임감을 쥐고 있음을 체감했다.
아침밥 기록 3주차의 마침표를 찍는 시점에 이전과 지금의 모습을 곰곰 비교해보게 된다. 냉장고에서 쓸쓸히 생기를 잃어가던 식재료가 비교적 줄어들었고, 그동안 속으로 수만 번 계획만 했던 일기쓰기를 꾸준히 쓰게 되었고, 귀찮고 싫기만 하던 아침시간을 조금은 기대하며 잠든다. 뿌듯함 한 움큼 집어 먹고 힘내서 시작하는 오늘 하루도 그렇게.(22.01.21)
작심삼일의 어디쯤에서
나는 지칠까,
아니면 폴짝 뛰어넘어
금요일에 다다를까.
알 수 없는 한 주의 출발선에서
오늘도 든든히 배를 채우고
문을 나섰다.
글, 사진 / 나무늘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