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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Feb 14. 2022

잔멸치 덮밥과 동치미

1월 4주차_작심삼일에서 한 발짝 더 내디뎌 작심한달은 해냈다고

#1 오징어덮밥과 굴오뎅탕


  주말에 먹고 싶은 걸 맘껏 먹기로 다짐하고 집콕. 먹고 자고 또 먹고 자니 몸무게는 다시 원점으로. 다만 좋은 건, 버리기 아까워 남긴 음식을 애써 먹을 일이 사라진 점. 냉장고에 차곡차곡 보관해두면 내일 아침밥상에 오를 테니까.


  오징어 비빔국수를 먹고 남은 건 오징어덮밥, 남은 생굴 넣어 끓인 굴오뎅탕, 배달음식 반찬이었던 묵은지, 부모님과 나눠 먹고 남은 체리 몇 알까지. 어느새 풍성한 아침밥상이 뚝딱.


  설을 앞두고 있어 그런지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시작하는 월요일. 지난주보단 좀 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영어 숙제도 제때 완료하고, 밀린 업무도 말끔히 끝내 놓기로 마음먹는 나는. 다시 체중이 줄고, 몸도 가벼워지고, 영어 숙제에 쫓기지 않고, 산뜻한 기분으로 설 연휴를 누리는 김칫국 원샷으로 시작하는 이 아침.(22.01.24)


오징어덮밥, 굴오뎅탕, 묵은지, 고추장아찌, 멸치볶음, 체리, 아몬드브리즈


#2 생낫또와 오뎅탕


  다시 귀차니즘 재발이라 비상인데, 몸은 밍기적 밍기적. 그래도 자기 전에 아침밥 준비는 당연한 듯, 엊그제 한소끔 끓여놓고 절반은 얼려둔 오뎅탕과 냉동 생낫또 하나를 해동시켜 놓았다. 그다음, 잠자는 시간은 확보해야 한다는 계획 혹은 핑계로 해야 할 일들은 잠시 미뤄두고 곧장 잠에 들었다.


  새해 첫 달이 끝나는 시점에 결국 내가 하기 편한 것만 골라 지키는 형국이 되었지만. 그래도 몇 가지는 계획대로 되고 있다는 것, 냉장고에 상한 음식들이 거의 없다는 것, 병든 닭마냥 꾸벅꾸벅 조는 일이 줄어든 것은 셀프박수칠 만한 듯. 이리 잘 해내고 있음을 애써 찾아서 오구오구하는 마음을 자꾸자꾸 불러내기로.(22.01.25)


흰쌀밥, 오뎅탕, 단무지, 락교, 고추장아찌, 멸치볶음, 생낫또, 귤


#3 된장국수와 진미채볶음


  주말이 아닌 평일에 이리 늦잠을 자다니! 왠지 일탈하는 기분으로 묘하게 시작하는 새해 첫 휴가의 아침.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음식물쓰레기 카드를 발급받는 게 이번 휴가의 목적이지만, 사실 늦잠 자는 호사를 누리고 싶었다. 아침밥이 아닌 아점을 준비하니 금방 주말이 선물처럼 배달된 기분.


  지난 주말에 사두고 아껴 둔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된장국수 밀키트를 꺼냈다. 한 끼 식사라기엔 2인분이라 양이 많았지만, 역시 예상대로 거뜬히 비워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여유로이 집안을 둘러보니, 얼마 전 가지치기한 방울토마토가 잘 자라고 있고, 창밖 너머에는 미세먼지로 뿌연 풍경이 보인다. 아차, 주말에만 가능한 빨래 찬스를 까먹을 뻔!


  벌써 정오가 가까워진다. 왜인지 휴가의 시간은 쏜살같고, 할 일은 또 무척이나 많다. 그러면서 나는 누워서 그것들을 생각한다. 정오가 지나면 부지런히 움직일 것을 다짐하면서. 게으름도 조금 피울 수 있는 게 또 휴가의 묘미!(22.01.26)


차돌된장국수, 마늘쫑, 묵은지, 단무지, 락교, 오징어진미채, 바나나, 귤, 오렌지주스


#4 간장계란밥과 황남빵


  휴가 후유증이라 부르고, 오늘의 핑계라 쓰는 아침 시간. 침대에서 빠져나오는 건 늘 버겁다. 자는 동안 스쳐간 알람들이 밀리고 밀려 제맘대로 마구 울려댄다. 간신히 일어나 어제 안친 밥을 떠올리며 뭐 먹지 고민하다가, 그럴 땐 역시 간장계란밥이지 하고.


  보온해 둔 따뜻한 흰밥 살포시 담고, 넉넉하게 계란 두 알 톡톡 깨고, 조금 남은 파프리카 두 조각 구워 잘라 넣고, 들기름 솔솔 뿌리면 오늘의 아침밥 완성.


  흰밥 슥슥 비빌 때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계란 노른자 톡톡 터뜨릴 때 고소함이 솔솔. 엄마가 챙겨주신 깻잎을 밥 위에 올려 입안 가득 넣을 때 행복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순간이 좋은 날. 침대에서 빠져나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휴가 후유증은 곱게 접어 하늘 위로.(22.01.27)


간장계란밥, 된장국, 깻잎장아찌, 마늘쫑, 총각김치, 황남빵, 바나나, 귤, 사과즙


#5 잔멸치 덮밥과 동치미


  연휴가 코 앞이라 들떴는지 어느새 또 손 놓고 할 일을 미뤄둔 채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다. 어영부영 금요일을 맞이한 나는. 지난밤 예상 못한 일정으로 늦게 들어와 간신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제 잠들기 전 냉장고 밖에 꺼내 놓은 잔멸치가 생각났다. 전자레인지에 돌린 따뜻한 밥 위에 잔멸치를 가득 얹고, 계란후라이를 올리고, 간장과 참기름을 두르니 오늘의 아침밥이 준비되었다.


  4주 간의 대장정이 마무리되는 오늘, 스무 번의 아침밥상이 차곡차곡 쌓였다. 새해 반짝 결심으로 꺼트리기엔 아쉬워 다음 달에도 계속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2월에도 아침은 여전히 피곤한 시간이 될 테고, 할 일을 미루는 나는 여전하겠지만은. 작심삼일에서 한 발짝 더 내디뎌 작심한달은 해냈다고, 그렇게 적을 수 있어 뿌듯한 출근길 아침.(22.01.28)


잔멸치 덮밥, 깻잎장아찌, 마늘쫑, 총각김치, 동치미, 황남빵, 귤, 흰우유



이리 잘 해내고 있음을
애써 찾아서
오구오구하는 마음을
자꾸자꾸
불러내기로.




사진, 글 / 나무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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