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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노 Apr 01. 2024

어리다는 핑계를 멈추어야 할 때

방어기제

  사람은 누구나 방어기제가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요즘은 연차가 얼마 되지 않은 주니어, 아직 어린 사회 초년생이라는 방어기제가 강한 것 같습니다. 문득 뒤돌아보면 자꾸 핑계를 대고 있어요. 아직 어리니까 조금 칭얼거려도 괜찮겠지. 아직 연차가 많지 않으니 조금 감정적으로 행동해도 괜찮겠지. 아직 자리가 주어지지 않았으니 조직이 아니라 나만 바라보아도 괜찮겠지. 뭐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없을 거고 실제로 회사에서 큰 문제가 일어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계속 불편했어요. 잘못한 게 없는데도 그랬다는 것은 아마 진정으로 원했던 생각의 방향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하고 싶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문제를 잘 풀어가고 싶어요. 팀이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에 기여하고 싶어요. 더 많은 걸 해내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습니다. 스스로 뿐만 아니라 팀을 지탱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그런데 그러고 싶은 마음에 비해 많이 미숙합니다. 때때로 제 개인의 감정이나 논리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게 있다는 걸 머리로만 알고 실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딪히는 경우에 옳은 말이더라도 말투가 참 중요한데, 거의 일관적으로 직설적이거나 강하게만 표현하고 있어요. 보다 효과적으로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관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놓치고 있습니다. 아니, 알면서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어리다는 방어기제에 숨은 채 자꾸만 합리화하고 있는 유치한 모습이에요.


  이대로는 안됩니다. 합리화를 멈추어야 해요. 제가 목표하는 바가 개인이 아닌 사람들과 팀을 향하고 있다면 그것에 걸맞게 행동해야 합니다. 팀이 저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순간마다 불처럼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팀과 제 생각이 다른 건 자연스러운 거예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집단의 방향이 항상 저와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니 현명하게 조율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날카롭게 생각을 드러내어 베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보여주며 사람들이 스며들게 해야 해요. 주니어이니까, 연차가 부족하니까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는 합리화는 이제 그만두어야 합니다. 제가 정말 원하는 게 개인의 인정이 아닌 팀의 성공이라면, 앞선 생각들은 유치한 어리광이자 방어기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더 이상 뒤에 숨거나 핑계 대지 않겠습니다. 언제 올지도 모르는 때를 기다리지도 않을 거고요. 지금부터 조금씩 변하겠습니다. 지금부터 팀의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생각하고, 마치 리더인 것처럼 모든 언행들을 신중하게 해 나갈 겁니다. 직책과 직급이 주어지지 않았는데도 앞서 행동하는 게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언젠가 주어질 그 상황이 되어서 처음 마주하는 것보다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미리 연습하고 해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니까요. 억울해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그게 공학자이자 어른으로서의 행동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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