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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릎 Apr 27. 2021

하늘의 내성발톱

하늘의 내성발톱을 골라서 깎아주는 저 비행기
나무의 오래된 손톱을 잘라주는 울고 가는 저 기러기

나는? 뭐, 바닥이나 보며 걷다가
자주 멈추는 게 전부. 들고 있는 건
후진 사진기.

후진 사진기에서는 찰칵 소리 대신 탹, 탹 하는 소리가 난다. 어떤 날엔 툭, 툭 소리가 나기도 하지. 아무튼 그 소리 밑으론 모르는 사람들의 발톱이나 손톱들이 필름 같은 도로 위로 툭툭 튀어나온다.

하늘의 발톱이나 나무의 손톱을 줍는 날이 올까. 아무튼 그때라고 끝을 멀리 미뤄 놓고,

나는? 계속 찍어야지. 운이 좋은 날엔 당신의 그 오래된 어떤 톱도 내가 잘라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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