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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릎 Aug 24. 2021

여름의 데드라인(w.능소화 군락)

차차, 서서히.


누가 저 능소화에게

차차라거나 서서히 같은 말을 알려줄 순 없는 걸까?


한강변 다리 근처에서

후들후들 떠는 것들.

하루에도 수 천 번씩

어제 다짐해 둔 번지점프를 포기하며

숨어버리는 숨들.


아직 숨지지 못한

능소화 군락을

여름의 데드라인으로 칭하는 밤.


아, 여름 바람은 잔인하게도

서서히 불다가 소소히 진다.


한꺼번이라는 말이 변이보다 더 변이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한강에 떠있는 능소화를 본 적은 없다.

아침 빗물의 손톱이나 아스팔트의 발톱에 주홍빛 능소화물 든 것만 얼핏 본 것 같고.


100일 안에 첫눈이 올 것 같다.

그들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들이 없다 해도.


@용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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