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중한인 Jul 08. 2019

맞지 않는 옷은 아닌지

@ 나를 이해하는 계단에 오르며

요새 읽는 글귀 중 반복해서 눈에 들어오는 말이 있다.


'사람을 함부로 바꾸려 하지 마라.'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공감이 가는 말이다. 신혼 때만 해도 나는 아내와 무수히 다투었다. 연애할 땐 아니었는데 왜 결혼하고 같이 살면서 그랬는지 돌이켜보면 아내를 바꾸려 했던 게 문제였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고 단지 다름의 문제였을 뿐인데 그걸 깨닫는 데는 참 오랜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그리고 이건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문제이다.


주말에 아내와 좋아하는 동네 카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아파트 단지 벤치에 앉는다. 한 모금 마시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 주제에 다다르게 된다. 직종 전환을 결심하고 어떤 일이 나에게 맞을까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이런 고민 없이 30년을 훌쩍 넘게 살아왔다. 이과/문과를 결정하는 순간에도, 대학교 학과를 정할 때도, 회사에 이력서를 넣을 때까지... 나에게 어떤 일이 맞을지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냥 어찌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다.


나에 대해 너무 몰랐던 게 문제다. 그리고 지금은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 신기하다. 난 그런 거 모르고 살았는데. 그래서 뭘 준비해야 좋을지도 알아보게 된다.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데? 자격증도 필요하고?'

'괜찮아. 재밌을 거 같아.'


처음이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는 거. 결국 나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자꾸 맞지 않는 옷을 입혀서 살게 한 거다. 그러니 싫을 수밖에.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하나 둘 준비해 보련다. 재밌겠다!


'사람을 함부로 바꾸려 하지 마라'에는 나도 포함된다. 나이가 얼마이건 인생을 살아오면서 생긴 '나'라는 사람. 어딘가에 맞추기 위해 바꾸려 하지 말자. 그냥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자. 그리고 알게 되면 그다음은 오히려 쉬울 거라 믿는다.


내 안에 캐비닛을 열어보자.



작가의 이전글 작은 아내와 작은 절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