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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인 Aug 18. 2021

23주 2일생을 낳았다

샤니를 기다리며..

2021년 1월 9일  23주 2일


오전 7시.

갑자기 의사들이 날 깨우고 초음파 기계를 밀고 들어왔다. 자궁수축이 느껴지는지 물어봤다. 전혀 안 아프고 잘 자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지?


점점 많은 의료진이 오기 시작했고 어딘가로 전화하고..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기 심장박동이 정상이었다가 뚝뚝 떨어졌다를 반복해서 초음파로 보니 탯줄이 양막 찢어진 쪽으로 빠져나와서 낀 상태라고 말했다. 탯줄은 아기에게 영양도 공급하지만 산소가 들어가는 곳이라 탯줄이 끼면 아기한테는 숨이 막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탯줄이 자동으로 들어가길 바라지만 혹시 모르니 일단 제왕절개 수술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피를 뽑고 다른 수액을 달고 여덟 명 정도 되는 의료진이 나를 수술 준비시키자 나는 공포에 휩싸였다. 다리를 올리고 누워있었는데 다리가 덜덜 떨리면서 멈추지 않았다. 아무 일 없다가 정말 이렇게 갑자기 아기를 낳는다고?


남편은 30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고 나는 수술 준비를 마쳤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 끌어봤자 반나절 정도 기다릴 수 있는데, 오늘 토요일이라 저녁에 소아과와 마취과 선생님들을 응급으로 부르고 기다릴 바에 지금 소아과, 마취과 선생님들이 준비되어있는 시간에 바로 수술하는 게 더 좋다고 하셨다. 수술할 때 만약의 사태를 설명 들으면서, 수술 도중 위험한 일이 생겼을 경우 자궁적출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자궁이야 없어도 생존에 문제없는 장기니까 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남편은 수술실 밖에서 나와 아기 모두 잃게 될까 무서웠다고 나중에 말했다.


수술실 앞에서 마취과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공포감에 눈물이 났지만 그래도 정신 차리고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려 애썼다. 수술을 처음 해보는 거라 내가 마취와 수술에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 전혀 몰랐다. 그래서 내가 모르던 알레르기나 반응들이 있을까 봐 그것도 걱정이었다. 내가 몇 달이고 품어줄 수 있었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일까? 꼬물범이가 너무 불쌍하다.


하반신 마취를 하고 제왕절개가 시작되었다. 몇시몇분 출생이라고 고지해줬지만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애기 나왔어요 축하해요"

"엄마! 수술 잘됐어요 아들이에요 축하해요"

23주에 낳은 게 뭐가 축하받을 일이지? 싶었는데 의료진들이 다들 축하한다고 해서 나는 좀 뚱한 반응이었다.


"아기는 살아있던가요?"라고 묻고 싶었는데 차마 그렇게는 말이 안 나와서

"아기는 잘 움직이나요?"라고 물어봤다.

"네 아주 잘 움직여요. 애기는 소아과 선생님이 신생아 중환자실로 바로 데려가셨어요"

여기까지 듣고 마취과 의사 선생님이 잠자는 약을 주입해서 잠들었다.


아이가 신생아 중환자실에 들어가고 얼마 안 돼서 바로 남편에게 보여줬다고 했다. 남편이 사진을 찍어왔는데 초점을 제대로 안 맞게 찍어와서 짜증이 났다. 아기는 너무 작고 피부가 젤리 상태라고 한다. 그래도 팔도 많이 움직이려고 하고 씩씩해 보였다고 했다. 이 정도로 작은 주수에 태어난 아기는 24시간, 72시간, 일주일, 그다음 한 달쯤에 생사를 가르는 고비가 온다고 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면 보통은 1년까지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퇴원 후 1년까지는 어떤 종류의 일도 생길 수 있다고 했는데 말을 돌려 말해서 그렇지 퇴원하고 1년 안에 영아 돌연사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하루하루가 다르다.


이제까지는 꼬물범이가 뱃속에 있으니까 내 맘대로 슬퍼하지도 못하고 밥도 잘 먹었었는데 이제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 상관없었다. 그런 걸 아셨는지 소아과 교수님께서 초유가 미숙아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하셔서 초유 짤 생각을 하니 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때문에 내가 퇴원하는 순간부터 면회 금지라고 했다. 이제 내가 집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은 모유를 짜서 건네주는 것밖에 없다. 우리 아기도 문제가 없고 나도 문제가 없는데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길까? 그래도 양수 없이 11일 동안 버텨줘서 고마워. 우리 최선을 다해서 꼭 집에서 만나자


그렇게 2021년 1월 9일 590g으로 23주 2일생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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