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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

by 조인수

남편의 간병은 내가 하기로 자처했다. 마침 휴직기간이 40일 정도는 남아있었고, 간병비로 부담해야 하는 돈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병원은 온통 중국동포 천지다. 일 10만 원(몇 년 전, 지금은 15만 원까지 올랐다고 한다)에 1주에 1일 휴가, 24시간 근무의 대가로는 작다며 방안에 모인 중국동포 간병인들이 이구동성이다. 환자들의 가족들은 그 돈을 모아 간병비를 내려면 허리가 휘청거릴 텐데 서로 입장이 다르니.. 그러면서도 자기들끼리는 이 일을 주선하며 이만한 일이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자리를 뺐는다며 가족간병에 강한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내가 중국말을 알아듣는다 하니 이젠 자기들끼리 하던 말도 조금은 조심하는 것 같다.


6인실 병실 안, 옆 침상엔 할아버지가 네 분이 누워 계신다. 모두 간병인들이 돌보고 있는데, 중국동포가 3명, 한국인 간병인 1명이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그중 경상도 말투의 간병인은 말이 많기도 하고 하고 싶은 대로 다 뱉어내기도 한다. 77세의 할아버지는 결혼시키지 않은 자녀 3명을 두고 있는데 자녀들이 이틀에 한 번씩 면회를 온단다. 면회를 맞으러 나가려면 침상에 누워있는 노인에게 옷을 입혀야 하고, 춥지 않게 싸매서 나가야 하니 일이 많다. 시작부터 돌아와서 까지 투덜투덜한다.

개코도 없단다. 면회 오는 손에 아무것도 안 들고, 맨날 얼굴만 보러 온다고, 와상환자에 콧줄을 끼고 있는 부모를 만나러 오는 보호자가 챙겨야 할 개코는 무엇일까? 감사할 줄 모른다. 한국사람을 봉으로 안다.

하루종일 누워있는 노인에게 뭘 한 게 있다고? 그녀가 환자와 하는 말은 몇 마디 되지 않는다. 환자를 놔두고 밖의 로비에서 TV를 보다가 들어와서 하는 말

"자요. 왜 안 자고 눈 뜨고 있어?" 어쩌다 환자와 눈이 마주쳤는지,

"입 다무리. 왜 입을 벌리고 있어?" 아무것도 모를 것처럼 누워있는 환자는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을 알까?

"아~ 해봐요"

이렇게 몇 마디 밖에 하지 않는 그녀의 환자가 불쌍하기 그지없다. 환자들은 누군가 끊임없이 말을 시켜줘야 하고 눈에서 한시도 떼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즈음이었기 때문에 더 안타까웠는지도 모른다. 그 환자의 가족들은 모른다. 코로나 시국이라 가족면회가 안되고, 로비에서 잠깐 얼굴을 보기 때문에 병실 안의 상황은 알 수가 없다.


남자 간병인이 큰 덩치에 체구가 작은할아버지를 깔끔이 케어하는 게 보기 좋아 남편을 부탁해 보려 했다. 자신은 일이 계속 있다며 선뜻 약속하지 않는다. 알아보니 간병인들이 선호하는 환자는 와상환자다. 누워서 코줄을 하고 있는 환자는 간섭을 하지 않고, 재활을 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나름 수월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실제 그들이 힘든 환자는 맡으려고 조차 하지 않으려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작고 왜소하고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해서 자신들에게 힘들이지 않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게 아닐까? 다른 중환자 할아버지는 늦은 시간에 변을 봤다고 투덜거리는 간병인 소리와 함께 커튼 안 쪽에서는 철썩철썩하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지? 바짝 긴장이 됐다.



남편은 4~5일 전에 관장을 한 후 500g 정도의 변을 본 후 계속 변비다. 그런데 오늘 똥을 쌌다. 300g, 나에게는 귀한 똥이 또 병실에서는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 되고 만다. 변비인 남편이 이걸 싸느라 화장실 간다고 난리 치며 발버둥을 치면서 "내가 너랑 사는 게 아니었어! 그냥 가 버려! 나를 밀어내는 소리는 평소에 맘에 있는 말을 한 건지? 남편에게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투와 단어에 깜짝 놀랐다. 남편을 달래서 겨우, 굵게 떡가래처럼 나오는 똥 세 줄기 빼냈다. 애기 받아 내듯이 받아낸 똥줄기였다. 저녁 8시 무렵이라 조용조용 뒤처리를 했다. 병원의 환자들도 공동생활에 맞춰 주의할게 많다. 간병인 눈치도 봐야 하고, 저녁 8시가 넘으면 잠 잘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 와중에 변을 봐야 하는 남편 때문에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입구에 있는 경상도 사투리의 중국동포 간병인은 또 한마디 하며 강한 어조로 불만을 표출한다. 어쩌라고??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더러워서라도 조용히 비위를 맞춘다.


오늘 새로 들어온 환자의 간병을 한다는 여동생이 환자 상태에 대해 계속 통화를 하자 나와서 한 마디하고 들어간다. 그리고 의사가 방문.. 또 조곤 조곤 소리가 났다.

입구의 간병인 화가 많이 나겠는걸?


그즈음 뇌출혈카페에 간병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올라왔었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렵고 간병인비를 감당할 수 없는 젊은 세대들에게 가족의 병환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청천벽력이라고 했다. 이제 직장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고, 자기 월급보다 간병인비가 더 많이 드는 상황이라 진퇴양난을 고민하는 글들이 있었다. 그나마 얻은 취업자리를 내놓고 간병을 해야 하는지 옆에서 바라보는 입장도 아무런 콩 놔라 배 놔라를 해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안타깝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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