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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망작가 Nov 21. 2024

내가 생각하는 미의 기준?

바카아사나(Bakasana)

바카아사나(Bakasana)

두루미란 뜻의 바카(baka) + 동작이란 뜻의 아사나(asana)

양손을 어깨넓이로 벌려 바닥을 짚는다. 무릎을 겨드랑이 가까이 가져가 몸통을 앞으로 기울인다.

무릎을 팔위에 올리고 무게중심을 손바닥으로 옮겨오면서 발끝을 하나씩 뗀다. 

**자세완성TIP : 두발을 떼자마자 등을 동그랗게 말고 손바닥을 바닥 밀어내면서 시선을 멀리둔다. 




까마귀자세라 불리는 바카아사나(Bakasana)를 한참 연습할 때였다. 연습 내내 중심이 흔들리면서 무릎으로 바닥을 하도 많이 내리찍었더니 무릎 주변에 멍이 들었고, 살이 쓸리면서 삼두근 주변 피부가 벌겋게 부어오르기도 했다. 또한, 팔꿈치 주변은 점점 시커멓게 되고, 손등에는 핏줄이 도드라져 곧 튀어나올 거 같았다. 마치 오랜 세월 동안 거칠게 일한 흔적처럼 보였다.


평생 요가를 해야 하는데 하면 할수록 내가 생각하는 미의 기준인 맑고 깨끗한 피부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어느 날, 수련을 십수 년 동안 해온 한 회원분께서 빈야사 플로우 수업에 오셨다. 그녀는 바카아사나 자세에서 두 다리를 뒤로 점프하는 자세를 하셨다. 예술적으로 아름답고 멋있어 보여 손등에 도드라진 핏줄마저 경이로워 보였다. 저 동작이 손쉽게 되기까지 수없이 넘어지고 고통을 느꼈을 거라 생각하니 더더욱 그 결과가 아름다워 보였다. 그 회원을 보면서 다시 바카아사나 수련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저 멋진 동작을 나도 해보리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되었다. 동작을 만들어가면서 발이 아닌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흔들리는 무게중심을 찾아가는 시간이 즐겁기 시작했다. 몸의 중심을 잡아가는 것에 집중할수록 마음마저 중심이 세워지는 기분마저 들었다. 




예전에 세상에 사는 특이한 사람들을 취재해서 방송하는 한 TV프로그램에서 산에 사는 도인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다. 그는 산에 있는 크고 작은 돌들을 수집하여 그 돌들로 탑을 세웠다. 가장 작은 돌을 아랫돌로 두고 그 위해 몇 십배나 크고 무거운 돌들을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아슬하게 세워갔다. 바람이 불면 당장이라도 떨어질 거 같이 보였지만 크고 작은 돌들이 어느 한쪽으로 힘의 크기가 치우치지 않고 무게중심이 잡힌 채 멋지게 서있었다. 


바카아사나와 같은 암밸런스 동작을 수련할 때면 영상에서 본 균형 잡힌 돌들처럼 작은 손으로 몸 전체를 지탱하며 중심을 유지한다. 팔의 힘, 등을 말면서 복부를 잡아주는 힘, 다리를 천장으로 뻗는 힘, 머리를 들어 올리는 힘 등 한 동작을 완성하기까지 몸의 크고 작은 관절들이 힘을 잡아가며 힘의 균형을 찾아간다.


물론 수련을 하면 할수록 붉어지고 상처가 나고 아물어 시커메지고 동맥선이 보이는 굴곡 있는 손이 되어가는 것을 피할 순 없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손의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달라졌다.  


신기하게도 손목이나 팔뚝이 굵어지지 않았는데 만져보면 이전보다 속이 꽉 찬 것처럼 단단하다. 이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미의 기준이 바뀐 것이다. 이전에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기준들이 새롭게 변했다. 손이 못 생겨지면 어떡하지의 고민이 이제는 사소하고 별거 아닌 거 같이 보였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휩싸여 암밸러스 수련을 소홀히 했다면 지금 느끼는 몸의 중심을 찾아가는 이 희열과 즐거움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싶다.




일상에서 찾아오는 걱정과 불안을 마주할 때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때 했던 걱정들이 사소한 것이거나 크게 삶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이제는 내 안에 작은 걱정들이 몰려올 때 나의 요동치는 마음을 다 잡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 걱정 속에 나를 불안하게 했던 이유들, 어떤 것들을 바라는지, 그것이 이뤄지지 않을 때 걱정이 찾아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요가수련을 이어간다.


이 또한 아무 걱정이 아닐 것임을 믿으며 매트 위에서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잡아간다. 단단하기 위한 노력들이 모여 더 큰 아름다움과 더 넓은 세계를 볼 날을 기대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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