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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망작가 Nov 11. 2024

목표와 상처의 관계

 

잘하려는 마음에서 오는 부상


하타수련을 가면 암밸런스 자세나 역자세를 할 때 쿵! 하며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크게 다쳤나 확인하며 놀랄 때도 많지만 난이도 높은 요가수업에서는 오히려 이런 소리들이 자연스럽다. 발가락으로 바닥을 내리찍거나 등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머리를 매트에 세게 박기도 한다.


코어 힘이 잘 갖춰져 있다면 동작을 연습하다가 중심이 흔들릴 때, 부상 없이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몸을 잘 조절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님에도 원하는 동작을 무리하게 도전할 때 결국 부상을 당하거나 타박상을 겪는다. 


실제로 요가강사들이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는 경우가 정말 많다.  요가를 가르치는 일을  오랫동안 하기 위해서는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몸상태를 살펴주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목표와 상처의 의미


요가동작을 연습하면서 생긴 부상을 '훈장'처럼 자랑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멋있어 보이는 동작을 해낸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팔이 다치고 발목에 부상을 한 번쯤은 겪어봐야 요가를 제대로 경험했다고 할 수 있지’ 라며 상처를 자랑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다치는 경험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의미로 들려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졌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상처가 났다고 받아들이는 것""상처가 생기다 보면 목표하던 바를 얻게 된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상처의 의미에서 엄연히 다르다. 

전자에서의 상처는 ‘노력했더니 상처가 났네?’의 노력의 결실의 의미라면, 후자의 상처는 ‘상처가 나야 노력한 거야!’로 상처받는 행위에 집중하여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정당화하는 의미로 보인다.


뿌듯한 피곤함?


나도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하면서 피곤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 신체의 피로를 당연하다 여기며 오히려 뿌듯함을 느꼈다. 몸이 지친다는 것은 성공을 위해 당연히 따라오는 결과라 인식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피곤함을 느낄 때면 ’아, 그래도 잘 살아내고 있구나’ 라며 건강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결국 해낸 결과물은 없는데  몸이 안 좋아지면서 문득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가고 있는지, 피곤함이 내게 주는 것은 무엇인지 깊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은 적절히 쉬어 주려고 노력한다.


어떤 시험에 합격하고, 어떤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끝낸 경험 뒤에는 분명 바쁨이 있었고 바쁜 와중에 피곤한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 피곤함을 얻어야 성공한다고 원인과 결과를  잘못 가져가게 된다면 나중에 진짜 몸이 쉼이 필요할 때는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 

내 몸과 마음 상태가 어떤지 제대로 모른다면  나중에 알게 되었을 땐 회복하기가 어려운 지경까지 올 수 있다. 


우리에게 피곤함이 찾아올 때 그 피곤함을 잘 살펴주고 제때 풀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와 내 주변에 더 중요한 것들을 잃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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