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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o life Feb 06. 2023

먼지는 애증을 싣고...

일상에서...

퍽! 퍽! 퍽! 


 이불은 내가 흔드는 대로 위로 아래로, 오르락내리락했다. 올라갔다가 꺾여 떨어질 때마다 두꺼운 소리를 냈다. 확 꺾이는 순간 소리와 함께 숨어있던 먼지가 튕겨 햇빛에 떠올랐다가 바람에 밀려 쓸려갔다. 창밖으로 내민 손과 얼굴에 겨울 기운이 밀려왔다. 저절로 “으~ 춥다.” 그런다. 몇 번 더 흔든다. 먼지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어깨와 팔, 손목에 힘을 준다. 더 이상 먼지가 떨어지지 않는 순간 소리쳤다. “아! 시원하다”.


 이틀에 한 번씩이라도 털어보려 노력한다. 그런데 위층에서는 매일 이불을 턴다.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그거야 위층에서 이불을 털 때마다 우리 집 방충망이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자꾸 방충망을 때린다. 몇 년을 그렇게 했으니 방충망 한쪽이 늘어나 있다. 먼지도 잔뜩 붙어서 이젠 덩어리로 떨어지기도 한다. 떨어진 먼지는 창틀에 모이고 그걸 치우는 건 귀찮아하는 일 중 하나다. 이런 이유를 대면서 위층에다가 이불 털지 말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그냥 있으면 방충망이 더 늘어나 구멍이 숭숭 뚫리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한다. 이미 8년 동안 그랬는데 조금 휘어진 정도니 좀 더 있어도 괜찮을 거라고 나를 달래고 있다.


 이불 하나를 끝내고 다른 이불도 투닥거린다. 아까는 외곽선만 있는 이불인데, 이번 이불은 격자로 칸이 있는데 칸마다 충전재가 채워져 있으니 소리가 다르게 울렸다. 퍼덕! 퍼덕! 웃음이 났다. 금세 먼지의 소란스러움이 잦아져 돌돌 말아 정리한다.


 햇살이 방으로 길게 늘어지더니 방을 채웠다. 숨어 있던 먼지들이 햇살에 등 떠밀려 피어오르더니 약 올리는 듯이 부드럽게 눈앞을 떠다닌다. ‘정말 열심히 털었는데…. 먼지 없는 세상은 없단 말인가….’ 힘이 빠졌다. 열심히 털어놓은 이불에 다시 이 먼지들이 내려앉겠지… 도루묵인가? 중얼거렸다. 햇살은 그런 내 어깨를 따스하게 토닥인다. 그런 거지 뭐….


 사실 먼지는 하루 종일 밖에서 활동하게 되면 자연스레 따라온다. 머리카락에도, 옷의 정전기에 이끌려 따라오기도 하고. 매고 다니는 가방에도 보이지 않게 묻어서는 집으로 온다. 집에 도착해 옷을 벗는 동안, 가방을 내려놓는 동안 먼지는 집구경을 한다. 떠다니다 제일 마음에 드는 공간, 물건, 위에 자리를 잡는다. 아마 집안에 먼지는 이렇게 몰래 들어온다. 그렇다고 모든 먼지를 집에서 몰아낼 수는 없다. 무균실이 아니니까. 공기처럼 어디에나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 내보내도 다시 들어와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시원하게 털리는 이불에 즐거웠다가 숨어있던 먼지에 심란해졌다 한다. 이 짧은 시간에도 마음은 버라이어티 하다.


 그래,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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