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통증은 늘 느닷없이 돌진해 온다. 빠꾸가 없다. 그냥 저돌적이다. 방심은 늘 그렇게 통증을 맞이하게 한다. 물론 하루하루가 다 통증이라 늘 방어는 하는데 언제 틈을 보였던 것일까?
짐을 들고 발걸음을 옮기다가 그대로 멈췄다. 갑작스러운 통증의 감각에 날이 선다. 허리다. 그래 허리다. 이것만큼이나 예민한 일도 없다. 손에 든 물건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아주 가벼운 물건인데 자세가 안 좋았나 보다.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든지. 그게 뭔지는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찌리릿! 하고 돌진했다. 스파이더맨의 ‘찌리릿’과는 분명 다른 것인데 그래도 비슷하지 않을까 ‘찌리릿!’
살짝 움직여 보았다. 겁도 없이 말이다. 순간 ‘헉!’ 소리가 달려 나온다. 그대로 잠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살짝 몸을 세워본다. 조금 전보다는 통증이 누그러졌지만 역시 ‘아픈데….’ 소리가 새어 나온다. 누우려다가 말고 살짝, 살짝 허리를 펴본다. 점점 통증은 가라앉았다. 스트레칭을 조심스레 해본다. 정면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기울이면 오른쪽 허벅지가 찌리릿, 오른쪽으로 기울이면 왼쪽 허벅지가 찌리릿한다. 이것 참…, 난감하다.
통증 중에서 남들이 잘 안 믿어주는 통증이 있다. 신경적인 부분에서 오는 통증들은 대부분 그러하다. 외관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말이다.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장난하지 말라고 하는 말까지 들을 때도 있다.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금방 낫는다며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말한다. 심장이 미친 듯이 불안해도 그렇게 말한다. 꼭 어디가 부러지거나, 쓰러지거나, 상처가 나고. 피가 나야 아픈 줄 안다.
물론 그동안 쌓인 신뢰나 뭐 믿을 만한 인간성을 늘 발휘했다면 모르겠지만 보통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짜증으로 돌려줄 때도 있는데 그땐 정말이지 ‘너도 아파봐야 하는데’라고 미운 생각을 한다.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통증을 살폈다. 그리 심하진 않은 건가. 아까 그 ‘윽!’ 소리가 났을 때보다는 편안해졌다. 허벅지가 아직 저릿한 느낌이 있지만 그 외에는 별 느낌이 없다. 그냥 괜찮아지겠지 한다.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질 거야. 주문을 건다. 자기 최면을 걸듯이.
이제 방심하지 않는 일만 남았다. 방심하지 말자. 통증은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니까. 그러니 늘 조심해야 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오늘처럼 일은 터진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결국 조심하는 수밖에. 오늘 하루 조심할 것! 반드시 그러할 것.
저번엔 한 달 갔는데… 어휴…. 이번엔 오늘 끝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