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색감과 프린팅_봉주르다이어리
Preview Launch date 17 th of June (8p.m Paris)
새벽 3시, '광클'로 겨우 사는 아이 옷
봉주르다이어리의 오픈 소식에 머리가 아파왔다. 세상에! 파리시간으로 오후 8시이면,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새벽 3시다. 새벽 3시에 오픈한다는 건, 그 시간까지 깨어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나 이번 시즌은 유난히 인기가 많았다. 인스타그램에 화보가 한장씩 공개될 때마다 좋아요 수와 댓글이 넘쳐났고 엄마들은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아이 옷을 좋아하는 엄마들이 모인 네이버카페에서도 이 소식으로 술렁였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시차라는 변수에 엄마들은 밤을 새워야겠다라던가, 한국의 시차를 배려하지 못한 브랜드의 무지함을 탓을 하기도 했다. 아이 옷 사려고 밤을 새야 한다는 사실에 현타가 오기도 했지만, 정말이지 사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게시글과 댓글은 들끓었다.
어쩌겠는가. 아이 옷은 사야 하고 우리는 브랜드가 정해준 그 시간에 비장하게 광클할 준비를 해야 했다. 그렇게 나에게도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새벽 2시 30분.
조용히 컴퓨터 앞에 앉아 오늘 사야 할 옷들을 되새긴다. 나름의 전략도 세워둔다. 조금이라도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디스크정리도 했고 바탕화면도 정리했다. 혹시 모를 오류를 대처하기 위해 메모장에 통관번호와 주소 등을 영문으로 적어둔다. 네이버 시계를 띄워두고 2시 45분부터 클릭과 새로고침을 시작한다. 사이트가 10분정도 일찍 열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윽고 새벽 3시.
너무 많은 사람이 접속해서일까. 서버가 열리지 않는다. 손이 떨린다. 너무 먼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렇게 미친 듯이 광클할지 몰랐겠지. 아마 거기 직원들도 당황했을 듯 싶었다. 모바일로 빠르게 카페를 훑어보며 엄마들의 반응과 정보를 수집한다. 역시나 모든 사람들이 사이트에서 튕기거나 장바구니에 제품이 담기지 않는다는 게시글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그 와중에도 간간히 성공했다는 글이 올라오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한 시간이 넘게 무한 새로고침의 결과로 장바구니에 겨우 담긴 몇 벌. 결제하기 위해 결제 버튼을 클릭한다.아아- 이번엔 결제하기까지도 무한 기다림이 시작된다. 정말 이렇게까지 아이 옷을 사야할까?
그때 카톡이 울린다. 아이 옷을 사면서 친해진 엄마에게서 성공했다는 톡이었다. 마음이 다급해진다. 다시금 정진한다. 제발 성공할 수 있길!
정신을 차려보니, 아침 6시.
남편이 일어나 밤을 새워서 옷을 사고 있는 나를 보고 기겁을 한다. 답답한 마음에 사이트의 오류와 시차에 대해 하소연해 보지만 남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되는대로 결제했더니 배송이 늦거나 우체통에 아무렇게나 두고 가기로 악명 높은 배송회사가 선택되고 말았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다. 일단 샀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이번 시즌에서도 승리했다. 밤을 꼴딱 세웠지만 기분이 좋다. 이제 수없이 배송체크를 하며 옷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2020년 6월)
[브랜드 탐방]
봉주르다이어리(bonjour_diary)
국가: 포루투갈
생산지: 인도, 포루투갈
특징: 화려한 패턴과 과감한 색감, 수제퀄팅, 복고풍 카라
수많은 키즈 해외브랜드 중에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봉주르다이어리'를 꼽는다. 아이 옷 입문도 봉주르다이어리로 했을 정도로 취향에 맞아떨어졌달까. 무엇보다 아이한테 입히면 너무 예쁘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유니크한 디자인, 화려한 패턴과 자수, 과감한 색감은 파티에 초대받았을 때만 입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아이가 입는다면 말이 달라진다. 딸맘들은 알 것이다. 드레스와 왕관 반짝이 구두를 입고 쓰고 신고 등원한다고 떼쓴다는 것을. 한껏 공주처럼 꾸미고 나서면 세상 행복한 딸아이와 달리 부끄러움은 엄마의 몫이었다. 나는 차마 아이에게 드레스를 사주지 못하고 봉주르 옷을 입혔다. 드레스와 같은 화려함에 어디서나 시선집중 받는 것은 똑같았지만 조금더 세련하게 대처할 수 있었달까.
봉주르다이어리는 포루투갈 브랜드로 인도에 공장이 있으며, 인도의 장인들과 협력하여 옷을 만든다. 수작업 방식으로 핸드프린팅이나 자수를 놓기 때문에 각각의 옷은 패턴의 위치나 자수의 모양도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천연소재로 만들었다고 자부하며, 이를 천천히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진 아름다움이라고 말한다.
봉주르다이어리의 설립자인 앤 밀레(Anne Millet)는 2014년 봉주르다이어리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앤은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각 나라의 벼룩시장에서 영감을 받아 봉주르다이어리에 투영했다. 그래서 빈티지하면서도 화려하고 유니크한 느낌은 어떤 브랜드보다 압도적이다.
아폴리나와 마찬가지로 자수와 핸드프린팅은 인도에서 제작하고, 니트웨어는 포르투갈에서 제작한다.
특히 봉주르는 매 시즌 화보가 예술 수준으로 아름답다. 옷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건물의 흐름, 소품의 곡선과 문양을 활용하여 옷과 어우러지게 촬영한 화보들은 옷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특히나 색감이 독특한데, 한때 2019년 출시했던 보라튜닉은 한, 두해 뒤에도 플미가 붙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쨍하고 묘한 보라색은 입기만 하면 시선 집중될 정도였다. 보라색 튜닉에 대한 한국엄마들의 집착과 요구로(DM과 메일을 엄청나게 받았다고) 봉주르다이어리에서는 보라색 튜닉을 '재출시'할 정도였다. 후에는 집요하고 큰손인 한국을 고려해 브랜드 런칭시간을앞당겨 지금은 주로 오후 11시에 오픈한다. 한국사람들정말 대단해.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는 오늘(11월 15일)이 봉주르다이어리 크리마스 캡슐 오픈일이다. 이제는 그만 사야지 하면서도 위시리스트를 차곡차곡 쌓는 것을 보니 오늘 밤에도 전투에 뛰어들 것 같다.
매주 아이 옷에 관한 에피소드와 함께 해외 키즈 브랜드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