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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라 Nov 29. 2023

아이 옷 때문에 정신 차리라는 소리를 들었다

절제된 미학_수어플룸

개인 인스타나 카톡 프로필 사진에 예쁘게 옷을 입힌 아이 사진을 올려두는 편이다. 점차 인스타는 아이의 코디샷으로 변한 지 오래고 프사 또한 내 사진보다 아이의 모습만 잔뜩 있다. 그래서 지인들은 아이의 모습을 자주 언급하고 어디서 산 옷인지 구체적으로 묻는 지인도 있었다. 오랜만에 연락 온 지인들부터 새로 만나서 관계를 쌓아가는 사람들까지 아이 옷에 관한 질문과 칭찬은 나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소리를 들었다.


"애 옷 하나에 20만 원이라고? 빨리 정신 차려."


부자도, 명품도 아니고 다음 해에는 입히지도 못할 옷들을 한 시즌에 100만 원 이상을 사들이는 것을 지인은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예상외로 타격은 없었다. 내 옷은 3만 원짜리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는데, 20만 원짜리 아이 원피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 치열하게 사는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도 나는 꾸준히 아이 옷을 사고 코디하고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를 운영했다.

팔로워가 늘었고 디엠으로 아이 옷을 팔아달라거나 브랜드를 묻는 질문도 많았다. 해당 브랜드에서는 내가 찍은 사진을 스토리나 게시물로 올리기도 했다.

받았던 DM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과 내 아이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꽤나 강력한 원동력으로 작용해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도 정말 열심히 아이 옷을 공부하고 입혔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디엠으로 메시지 한통이 와있었다.

새로 오픈하는 키즈 패션 플랫폼에 엠버서더가 돼 달라는 요청이었다.




-브랜드 탐방-

수어플룸



수어플룸은 브루클린에 위치한 미국브랜드다. 시즌 컬렉션은 포르투갈에서 생산하고 니트 컬렉션은 페루에서 생산한다.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브랜드로 언뜻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잔잔한 색감과 질 좋은 소재, 심플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다. 나 또한 입혀보기 전에는 절대 알지 못했다. 절제된 쉐입과 색감을 아이에게 입히면 유난히 아이가 맑아 보였다. 화려한 옷들에 파묻혀 있다가 한 번씩 수어플룸 옷들을 입히면 고급스럽고 아이에게 딱 맞는 퍼즐 조각을 쥐어준 것 같이 코디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가격. 아폴리나나 봉주르다이어리와 같이 특별함이 눈에 띄는 옷들은 비싼 가격을 이해할 수 있었으나, 단순한 느낌의 수어플룸의 디자인은 가격을 납득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입히기 시작하면 이해하게 된다. 그 어떤 브랜드도 따라오지 못하는 쉐입을 분위기를!


수어플룸에 가치는 슬로우 패션이다. 대량 생산보다는 소량 생산으로 품질을 높이며, 이러한 생산이 지속가능한 가치를 전달한다고 믿는다. 또한 환경에도 관심을 갖으며 포장 및 배송 자재는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다. 옷을 만들고 남은 원단을 업사이클링하여 작은 액세서리를 만들기도 한다. 수어플룸의 이러한 노력들이 아이들이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관심을 갖게 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수어플룸 출처: 수어플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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