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보보쇼즈(BOBO CHOSES)
"우리 예솔이, 퍼스트 구찌예요."
드라마 <더글로리>에 나온 대사다. 갓난아이 배냇저고리를 명품인 구찌로 선물한 박연진의 시어머니가 아이에게 옷을 입히면서 하는 말이다. 그 말을 들은 시터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자, 예솔의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출발점이 달라야, 도착점도 다르다."면서 시터를 해고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오히려 시터와 가까웠다. 얼마 입히지도 못할 옷을 명품으로? 돈 많은 사람들은 다 저런가? 싶어서 시터와 같이 표정이 일그러졌다. 시터가 해고를 당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같이 해고를 당한 기분이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아이 낳아도 옷은 많이 안 사줄 거야. 어차피 금방 커서 못 입힐 텐데. 너무 아깝잖아.”
남편도 이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는 모든 것이 변했다. 아이는 생각 이상으로 미칠 것 같이 예뻤고 소중했다. 먹이고 재우고 입히는 모든 일에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입히는 일에는 정신을 못 차리고 돈을 쓰고 있었다.
퍼스트 구찌에 찡그렸던 내가 오히려 각종 해외 키즈 브랜드를 섭렵하며 오픈런을 뛰고 밤을 새워 옷을 사고 집요하게 입히고 싶은 옷을 구하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형처럼 세팅하며 대리만족했다.
다행히도(?) 이런 아이 옷에 열광하는 일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출산율이 바닥을 찍고 있지만 키즈패션 산업은 호황이라고 하니.
나와는 시작점이 다른, 아니 달라야만 하는 나의 아이가 어디 가서 기죽지 말고 사랑받고 자랐으면 하는 마음 아닐까.
다들 아이 옷에 얼마나 쓰고 있나요?
'보보 쇼즈(Bobo Choses)'
사랑스러운 색감과 발랄하고 장난스러운 패턴, 빈티지한 워싱을 가미해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보보쇼즈는 2008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작되었다.
주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부드러운 티셔츠, 져지, 팬츠, 스커트, 모자를 만들며 활동 제약 없는 옷들로 우리나라에서는 남아들에게 인기가 많다.
매 시즌마다 특별한 키워드, 스토리를 가지고 그에 맞는 컬렉션을 선보인다. 아이들에게 친근한 달, 별, 과일 등 친숙한 패턴이나 강아지와 같은 동물, 웃는 아이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주로 지속가능한 재활용소재나 오가닉 코튼으로 제작되며 아이가 입었을 때 가장 편안하지만 톡톡 튀는 느낌을 준다. 색감과 디자인 자체가 유쾌하고 발랄하다는 평.
나에게 보보쇼즈는 아이가 어렸을 때는 잘 구입하지 않다가, 아이가 커가면서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브랜드이다. 원피스를 입히기 난감한 날에, 편안하게 집 앞 산책 나가고 싶을 때, 좀 큰 티셔츠에 레깅스를 입히고 모자를 씌워주면! 그렇게 힙할 수가 없다
. 아폴리나나 미샤앤퍼프 같이 소량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품절되어도 다시 재입고되기 때문에 세일 가격으로도 편하게 구입할 수 있다. 물론 그 시즌의 인기 품목은 구매하기 힘들지만, 워낙 한 시즌에 다양한 옷들이 출시되기 때문에 다양하게 입히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사랑스러운 룩북을 보며 코디하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