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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 Aug 12. 2023

기획자가 갖는 책임의 무게

과거 n 년 전 에이전시에서 서비스 기획자이자 PM으로서 웹사이트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처음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보니 하나하나 눈치 보던 하루하루가 쌓여 최종 납품일이 다가왔다. 그렇게나 힘들었던 첫 번째 프로젝트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끝났고 이후 운영단에게 인수인계까지 마쳤다.


힘들었던 만큼 남는 것이 많았고 배운 게 많았다고 생각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해야 그때의 힘듦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학부생 시절 내내 기획과 디자인 그리고 웹 개발 중 나에게 가장 알맞은 직무를 선택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해당 회사에 입사했을 때 서비스 기획이라는 직무를 잘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의 근거는 단순했다.


최종 아웃풋을 내는 최전방이 아니라는 점.

나에게 부족했던 논리력을 채울 수 있다는 점.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접하고 서비스 제작 시 제안할 수 있다는 점.


이 외에도 근거는 다양했다.

하지만 힘들었던 프로젝트를 마치면서 첫 번째 근거는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른 의미에서 서비스 기획자는 최전방이다.'


클라이언트 즉 고객사와의 원 포인트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이며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에서 정확하고 논리적인 의사 전달을 해야 하는 점에서 서비스 기획자는 언제나 최전방에 있어야 한다.


학부생 때부터 기획자이자 디자이너로서 동아리를 통해 개발자와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단순히 학부생 때의 경험으로 개발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도 개발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아리는 동아리였다. 실무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실무자분들이 보기에는 나는 풋내기였을 것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모든 선택과 결정은 서비스 기획자가, 그리고 그 책임 또한 서비스 기획자가 지어야 하는 것이다.

나의 결정으로 인해 다수의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진행해야 하는 일의 일정과 양이 달라져 버린다. 그 점이 너무나도 무서웠고 책임에 대한 무게가 느껴졌다. 일이 힘들다기보다는 그 결정을 내리는 과정과 후의 책임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앞으로 연차가 쌓이면서 이 책임의 무게는 더욱 커질 것이고 나는 나만의 스타일과 철학을 기준으로 수많은 선택을 내려야 할 것이다. 색이 희미했던 나의 기획 스타일이 점점 선명하게 짙어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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