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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옷 Oct 22. 2024

우리 딸들이 나처럼 살고 싶을까?

경력단절 워킹맘의 취업 히스토리

결혼을 하고 시옷이를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경력단절이 됐다. 

시옷이가 20개월이 되었을 무렵 이 때쯤에는 일을 시작해야 된다 생각에 일을 시작하려고 알아봤다. 


집 주변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보니 식당 서빙이나 마트 캐셔 알바뿐이었다. 

아르바이트로 다시 시작하고 싶지는 않았다. 결혼 전 내 경력과 나이가 아깝게 느껴졌다.  

작은회사에라도 들어가서 제대로 하싶었다. 

파트타임을 할 줄 알았던 남편은 육아와 살림을 하면서 회사도 다닐 수 있겠냐고 했고 

시댁에서는 아이가 너무 어리지 않냐고 했다. 누구는 또 둘째는 생각이 없는거냐고 묻기도 했다. 

사실 그 당시 가장 큰 문제는 ‘만약에’ 아이가 아프면 어쩌지였다. 




그렇게 고민과 걱정을 듣다가 작은 회사 경리직 면접을 보게 되었고 실무자 면접에서는 경력이나 SW활용능력 등이 마음에 든다는 말을 들었다. 

임원 면접을 갔더니 가족관계를 물어보면서


 “아이가 아프면 어떻게 할 거에요?” 아무렇지 않게 물어왔다. 

뒤이어 “둘째 계획은요?”


어떻게 대답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내 대답이 시원찮았을 것이다. 

다음주부터 출근해야한다고 말했던 실무자는 그 날 저녁 전화로 임원 면접에서 점수가 안 좋았다고, 

우리 회사와는 인연이 없다고 말했다. 아쉽지는 않았지만 화는 났다. 




그 날 저녁 남편과 술을 마시며 그 임원 욕을 실컷 했다. 

남편은 요즘 그런 회사가 어딨냐고 내 이야기에 의구심을 내비쳤다. 


그런 회사 적잖게 있었다. 남편은 ‘아빠’였기에 그런 말들을 들었던 적이 없던거였다. ‘아빠’들에게 일어나지 않는 일들은 일터의 ‘엄마’들에게는 종종 일어나곤 한다. 


심지어 그런 인식은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기저에 깔려 있어서 애들이 어느 정도 큰 현재에도 내가 회식 자리에 있으면 애들은 어떻게 하고 나오셨어요 하고 애들 안부를 묻는다. 

우리 아이들은 그녀들이 매우 사랑하는 아빠와 피자&TV로 엄마가 없는 저녁을 즐기고 있고

엄마인 내가 그 저녁에 없어도 우리 아이들은 별탈없이 잘 지내고 있다 이 말이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내 건너편에 앉은 누군가의 아빠 강과장에게는 그런 안부 인사는 하지 않는다. 

강과장의 아이들은 강과장의 아내가 훨씬 더 잘 보살피고 있을 거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깔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 남편은 왜 나가서 고생을 하려고 하냐고 조금만 더 아이와 시간 보내다가 괜찮은 곳에 취업하라고 위로를 했다. 


남편의 위로하는 마음은 알았지만 위안이 되진 않았다.  

내가 아이랑 좋은 시간 보내고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 괜찮은 곳에서 나를 괜찮아할지 모르는 일이잖은가 

그래서 남편에게 물었다. 


“만약에 우리 시옷이가 나처럼 산다고 하면 어때? 

대학은 나왔는데 아이가 있어서 집에서 살림하고 육아하면서 지내야 한다면? 

그리고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웠을 때 사회에서 시옷이를 안 받아준다면? 

어떨 거 같아? 그 때도 자기는 

괜찮아, 시옷아. 더 괜찮은 곳이 있을거야 할 수 있을까?” 


남편은 말이 없었다. 

남편은 다음 날 아침 회사 다니라고 응원해주겠다고 말하고 출근을 했고 그 날 다른 작은 회사 면접을 보고 왔다. 


나는 그렇게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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