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시옷 Nov 10. 2024

둘째 낳고 갈래?(1)

워킹맘의 둘째 임신기

쉬운 육아는 없다. 

다만 아이마다 타고난 성향이 있어 무던하거나 예민하거나 둘 중 하나로 표현을 한다. 

무던한 아이는 상대적으로 쉬운 육아를 할 수 있다.


큰 시옷이는 무던한 아이였다. 어딜 가서나 잘 자고 잘 먹고 잘 웃고

이상적이었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은 사람이 많다고 좋아했고 

배를 타면 배 멀미로 조용히 잠들었고 

비행기를 타면 떴다 떴다 비행기라 좋아했다.




그런 큰 시옷이 뒤를 이어 예기치 않게 작은 시옷이를 가졌을 때의 일이다.


지금도 바로 어제처럼 기억나는 그날의 소름 끼칠 정도로 짜릿하고도 얼얼한 기억

때는 7년 전으로 그 당시 재취업 후 두 번째 직장이었다.


팀장님이 워낙 점잖은 선비 같은 분에 그 바로 아래 내 사수를 맡은 계장님은 꼼꼼히 일을 가르쳐주는 편이라 즐겁게 일하며 출근한 지 3개월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입사하자마자 휴가를 몰아 쓴 탓에 2개월째 휴가 없이 일하다가 오랜만에 휴가를 쓴 새벽이었다.

그전 날까지 이유 모를 피곤함이 있다고 생각했지 임신의 징조라고는 생각 안 했지만 화장실 서랍장의 원포테스트기와 종이컵을 꺼냈다. 그날 내 행동은 사실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왜 테스터기를 해볼 생각을 했지 싶다. 둘째가 생기려고? 설마?


설마가 사람 잡았다. 임신이었다.


자고 있던 남편을 깨워 임신 사실을 알렸다.

망했어

남편은 “왜? 왜?” 허공에 대고 물을 뿐이었다.

남편에게 시옷이 동생 생긴 거 같아라고 하자 남편은 “잠이 안 깬다..”라고 했다.

아니 잠이 깨야할 폭탄선언인데 잠이 안 깬다니? 그렇게 강심장이었니?

임신테스트기가 너무 또렷했기에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큰 시옷이에게 알렸더니 동생을 기다리던 아이는 그 길로 어린이집에 등원하여 엄마의 임신을 동네방네 알렸다.

사실 큰 시옷이는 동생을 기다렸지만 우리 부부는 큰 시옷 하나만 어여쁘게 키우자라고 암묵적인 약속을 한 상태였다. 둘째를 기다리던 시가에도 남편은 ‘와이프가 아닌 내가 둘째는 원하지 않으므로 며느리에게 둘째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 주세요’라고 공언한 상태였고

그런 상황에 둘째라니?

일도 이제 막 손에 익어 재미있고 큰 시옷이 등원도 이만하면 잘하고 있는데

이제 퇴근해서 아이 밥 차리는 것도 적응이 되고 있는데 둘째라니?

 

오죽하면 내 임신 사실을 안 우리 엄마의 첫마디는 “조심 좀 하지”였다.

 



그렇지만 우리의 둘째는 그다음 날부터는 행복이었다.


큰 시옷을 포함한 우리 셋은 둘째의 태명을 짓기 위해 거실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했고

시옷이는 매일 저녁마다 똘똘이 인형을 동생 삼아 유모차도 태우고 어부바 놀이로 동생 돌보기 연습을 했다.


반면에 현실적인 문제는 나는 당시 계약직이라서  계약직은 임신으로 출산휴가까지 쓴 사례는 있었지만 육아휴직을 쓴 사례는 없었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둘째를 낳는다는 건 다시 경력단절이 온다는 뜻이었다.

 

월요일에 주말에 갔던 핫플레이스에 대해 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짧은 점심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식사를 하기 위해 동료들과 고민하는 일도

일하면서 속 썩이는 분들 뒷담화를 깔깔거리며 하는 일도

하나하나 소중하고 아까운 일들이었다.


그렇게 9개월은 아쉽게 흘러가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슬기로운 등원생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