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늘 청춘이기를
비어라오를 마시며 짧았던 3박 5일을 되돌아봤다. 우리의 라오스 청춘여행은 보통 때는 재미와 즐거움, 행복이 응축되어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 한방에 빵! 터지는 도파민 스파이크 여행이었다. 아마 하루만 더 있었더라면 도파민 과다분비로 도파민 중독에 빠지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래서였을지도 모르겠다. 하필 여행 마지막 날 우리에게 폭풍이 들이닥쳤던 이유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일상의 텐션과 맞는 도파민 수치로 떨어뜨리라는 하늘의 뜻? 정말 그런 거라면 하늘은 참 무심하고 실망스럽다. 그 덕(?)에 한 어린아이가 다쳤고 최소 일곱 어른(아이 부모와 우리 5명)이 마상을 입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걸 찾아보자면 아이의 부상 상태가 당장 응급실을 가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이고, 라오스를 떠나기 전 마신 최후의 비어라오 한 잔으로 악몽 같았던 여행의 마지막 기억이 어느 정도 희석되면서 마상이 무뎌졌다는 사실이다. 셰익스피어 왈,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All is well that ends well) 했기에 이 정도면 충분히 선방한, 만족스러운 마무리였다. 우리의 라오스 청춘여행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청춘여행이라는 게 뭐 별거겠냐마는, 더 늦기 전에 청춘여행이라 할 만한 여행을 꼭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다. 최소 세명 이상, 배낭 메고 단출하게, 디테일한 계획 없이, 디지털보다 아날로그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는 여행. 이게 내가 생각하는 청춘여행이었다. 우리의 라오스 청춘여행이 딱 그랬다. 다섯이서 떠났고, 비록 한 명은 캐리어를 끌었으나 나머진 단출하게 배낭을 메었고, 계획은 했으나 미리가 아닌 즉흥이었고, 적어도 방비엥에서 만큼은 대자연 속에서 아날로그로 여행을 했다. 딱 하나 어긋난 게 있다면... 나이?! 평균 연령을 높이는 최연장자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다섯 명 모두 사전적 의미에서의 '청춘(靑春) - 10대 후반에서 20대에 걸친 젊은 나이 또는 시절'은 이미 지나간 나이니까.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라오스에서 나이는 그냥 숫자일 뿐이었다.
라오스에서는 누구나 청춘이 된다. 잘 보존된 순수한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역시나 순수한 라오스 사람들이 여행자들로 하여금 청춘으로 돌아가게끔 만드는 것 같다. 근심, 걱정, 편견과 같은, 삶에서 나를 좀먹는 찌든 때들이 벗겨져 나가면서 오로지 순수한 내가 된다. 뭘 해도 즐겁고 행복한, 그래서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열정 가득한 청춘의 나.
3박 5일 동안 우린 청춘이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제자리(나는 중년?)로 돌아가려나? 라오스에서 입고 다닌 청춘이라는 옷을 잘 개서 배낭에 넣고 갈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면 일상에서도 청춘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말이 쉽지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걸 잘 안다. 여행은 여행이고, 일상은 일상이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간절히 바라도 보고 노력도 해보련다. 앞으로를 살아갈 우리의 삶이 늘 청춘이기를, 그리고 여기까지 우리와 함께 짧고도 긴 여정을 함께해 준 당신의 삶도.
청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