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은기 Apr 12. 2017

복숭아 통조림

나는 복숭아 통조림을 좋아한다.

요즘은 통조림 음식이, 각종 첨가물과 보툴리누스균인가 하는 혐기성 세균감염과 영양소 파괴식품 이라는 등 여러가지 이유로 건강에 좋지않은 나쁜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고,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맛있는 건 어쩔수 없다.


내가 어렸을 때는 꼭 통조림이 아니더라도, 과일이나 군것질 거리가 귀했었고, 또 우리집은 형편이 어렵기까지 해서 복숭아 통조림을 얻어먹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복숭아나 파인애플 통조림, 특히 바나나 같은 귀한 과일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야 먹을수 있는 것이었는데, 중학교 3학년때 나에게 그 기회가 왔다.


난 어렸을때 무척 허약해서 자주 아팠고, 한번 아프면 며칠씩 학교도 못갈 지경이었지만 병원에 입원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중3때, 난 체력장 시험때문에 잠시 무리를 했었던 것 같다(난 지독히도 체육을 못했고, 체력장 20점 만점을 채우기 힘든 상황이었다ㅠㅠ). 그리고 난 신장염에 걸려 며칠밤을 열에 시달리다가 입원을 하게 됐다.


그때 난, 요즘 흔히 말하는 심각한 중2병의 후반에 접어들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집은 2박3일은 얘기해야 맘이 풀리는 가족사가 있었고, 그때 난 아버지를 지독히도 미워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일과가 끝나고 입원해 있는 나에게 문병을 오셨는데 손에는 통조림 몇개가 들어있는 작은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보다는 달콤한 통조림에 맘이 끌렸고, 그때 먹었던 복숭아 통조림의 맛은 그 무엇보다 향기롭고 달콤했다.


그리고 그날 밤, 일을 끝내고 병원으로 오신 엄마는 내가 잠든 줄 아셨는지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며 눈물을 훔치시는 것 같았다.


'허약한 애를 제대로 영양가 있게 먹이지도 못해서 그런가... 애구 얘가 일찍 먼저 가려나...'


나는 자는척 했지만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몸으로 전해지는 흐느낌을 참느라 무진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사실 죽을 병도 아니었고, 내가 그정도로 아픈 것도 아니었지만, 부모님은 어려운 형편에 자식들을 제대로 거두지 못했던 자신들을 원망하는 것이었으리라.


어렸을 적 허약했던 나는 지금은 건강한 축에 속한다. 그리고 부모님보다 앞서 일찍 떠나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는 세상과 작별하기에는 조금 이른 연세에 나보다도, 또 다른 가족들 보다도 먼저 세상에 이별을 고하셨다.


요즘은 마트에 가면 각종 통조림이 무너질 듯 쌓여있고, 또 그리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어서  나는 가끔씩 복숭아 통조림을 사먹는다. 그러면서 종종 입원실에서의 아버지를 떠올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살던 고향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