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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태주 Jun 17. 2018

말은 듣는 이의 소유다

삶과 관계의 균형에 서툰 당신에게


“넌 이마가 참 못났구나.”


어린 소년이었다. 수업시간에 짝꿍이랑 장난을 치다가 불려간 교무실에서 교사는 꾸지람을 하다가 학생에게 별생각 없이 그 말을 내뱉었다. 그날 자신의 기분이 엉망이었더라도, 아이의 집이 부잣집이 아니었더라도, 아이의 성적이 형편없었더라도 그 말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그후 소년은 항상 앞머리를 늘어뜨리고 다녔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이마를 보여주지 않았다.



말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심상에 따라
상황에 따라 물든다


인상파 화가들은 사물을 보이는 색깔대로 그리지 않았다. 사과는 빨갛고 바다는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그들은 사물에 대한 사람마다의 인상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래서 어떤 화가는 사과를 검은색으로 칠하고 어떤 화가
는 청색으로 구름을 칠했다. 그때그때 자신의 심상에 따라 사물들은 다르게 인식된다는 걸 표현하고 싶어 했다.
사람의 말도 인상파 화가가 그리는 그림과 같지 않을까. 그립다는 아련한 색채의 말도 어떤 이에게는 따사로
운 봄빛으로, 어떤 이에게는 잔잔한 가을빛으로 스며든다. 농담도 다르고 질감도 다르다. 말은 말이 지닌 고유
한 빛깔대로 흡수되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심상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물든다. 말의 화살은
쏜 사람에게는 흔적이 없지만 과녁에 선명한 자국을 남긴다. 때로 어떤 말은 하는 자가 아니라 듣는 자의 소유
가 된다.




남이 나를 비난하거나 칭찬하는 말을 들으면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진실이 아니면 진실을 말해주라


어느 경전에 ‘남이 나를 비난하거나 칭찬하는 말을 들으면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진실이 아니면 진실을 말해주라’고 했다. 비난의 말이든 칭찬의 말이든 사실 여부만 판단하고 감정적으로 우쭐대거나 위축되지 말라는 가르침이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나에 대한 남들의 좋고 나쁜 평가에 출렁거리게 된다. 하물며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두부처럼 연약하고 무른 아이들의 심장은 독이 묻은 화살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습자지처럼 말의 빛깔 그대로 흡수해버린다.



이것 하나만은 잊지 않아야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고 싶다면, 내 성격이 어떤가를 남들에게 묻기보다 내 혀가 어떤 말을 주로 내뱉고 있
는지 스스로 살펴봐야 한다.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성격이 아니라 사용하는 언어를 바꾸고
말하는 태도를 바꾸면 된다. 성격은 바꾸기 힘들지만 말의 색채는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선택하고 바꿀 수
있으니까. 당신도 나도 살아가면서 이것 하나만은 잊지 않아야한다. 어떤 사람의 심장에 보관된 말은 소멸시효가 없다.



심장에 박힌 상처의 말은 화살의 주인과 상관없이 한 존재의 일생을 잔인하게 갉아먹는다. 당신이 유채 꽃밭이
나 라벤더 꽃밭을 구경하고 싶다면 씨앗 한 낱이면 충분하다. 당신의 행성에 무슨 씨앗을 퍼트릴지는 당신이 입
안에 넣고 다니는 혀에 달렸다.


관계의 물리학 바로가기> http://bit.ly/2FDo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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