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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태주 Jul 15. 2018

행복은 공중에 떠 있다

삶과 관계의 균형에 서툰 당신에게

유년 시절 아버지에게 연 만드는 법을 배웠다. 한지를 마름모꼴로 잘라 태극 문양을 그려넣고 대나무 살을 가늘게 깎아 중심살 위에 허릿살을 구부려 붙였다. 짤막한 양쪽 귀꼬리와 길다란 아래 꼬리를 붙이자 제법 가오리연다운 모양새가 되었다. 지금도 나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처음으로 혼자서 연을 만들던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연만들기는 중심줄을 매는 게 가장 어렵고 또 가장 중요하다. 윗줄과 아랫줄의 균형을 잘 맞추어 매야 연이 바람을 타고 매끄럽게 날아오를 수 있다. 균형을 잘못 잡으면 핑그르르 돌다가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연줄을 매던 순간의 팽팽한 떨림과 설렘, 그 긴장과 흥분이 지금도 손 끝에 전해지는 것 같다.


과연 내가 만든 연이 훨훨 잘 날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조무래기 친구들과 들판으로 나갔다. 우주로켓을 쏘아 올리는 심정으로 언덕 위에 올라서서 힘차게 연을 띄워 올렸다. 그날 나는 세상을 다 가졌다. 최고의 환희와 절정의 행복감을 맛보았다. 그날의 행복감은 내 힘으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에서 왔을 것이다. 친구들의 아낌없는 칭찬과 환호도 그날의 행복감을 극대화하는 데 한몫 거들었을 것이다.


행복감은 사소한 성취와 소소한 마음의
오고감에서 생성되는 물질이다.


세상이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지만 행복은 더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더 자극적이고 더 커다란 행복을 좇기 때문은 아닐까. 남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일에 인색해지고, 누군가를 보살피고 돕는 일에 여유를 잃고, 덜 주고 더 많이 받으려는 이기적인 마음이 넘쳐나기 때문은 아닐까. 지상에 생겨난 행복의 종류는 수십억 가지가 넘을 것이다. 사람도 동물도 식물마저도 각자 행복물질을 생산하는 능력이 있다.



인류는 농경을 하듯이 자연재해나 흉작을 대비해 자신이 수확한 행복을 창고에 쌓아둘 줄 알게 되었다. 세계 어느 나라에 가든 어느 농한기에 가든 시장에 가보면 내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자기가 생산한 행복을 펼쳐놓고 자랑하느라, 이웃들이 수확한 색다른 행복과 교환하느라 온통 떠들썩 정신이 없다. 활기차고 천진난만하고 난리법석이다.



나는 세상에 생겨난 모든 행복의 질량은 생산지가 어디거나 생산자가 누구거나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부피나 모양이 달라 보일지 모르지만 무게는 어느 것이든 똑같다. 왜냐하면 어느 곳에서든 행복은 머리 위 공중에 뜨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똑같이 무중력 상태마냥 둥둥 뜬다. 그래서 우리가 행복을 낚아채는 순간, 몸이 공중에 붕 뜨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행복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우리가 행복의 위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없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행복이 모자라다고 느껴질 때 웅크려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가슴을 활짝 펴고 폴짝 뛰어오르면 좋다. 침대 위에서도 좋고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풀밭에서 뛰어도 좋다. 스프링처럼 튕겨 오르면 행복 냄새를 맡을 수도 행복을 마실 수도 있다.


양팔을 뻗어 손 안에 잡히는 것이 있으면 그게 공중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행복 물질이다. 설령 아무것도 못 낚아챘더라도 뛰어오르는 행위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 이유는 공중에 떠올라 체공하는 동안, 공기 중에 있던 행복 물질이 피부로 스며들거나 폐 속으로 빠르게 유입되기 때문이다. 땀이 날 때까지 내 말을 믿고 직접 실험해보면 알 수 있다. 행복을 찾으러 멀리 가지 마라. 내가 생산 공장이고 내 머리 위가 적재 창고다.







<관계의 물리학>연재를 이번 화로 마칩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관계의 물리학> 도서 바로가기> http://bit.ly/2FDo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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