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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태주 Mar 05. 2021

그리울 사람

그리움의 문장들


그리움은 설원의 눈표범이다.

눈표범은 설원에 있을 때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은 눈꽃과 분별되지 않아서 눈에 띄지 않는다.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집요하게 목표물을 주시하고 있는 푸른 야생이 있다. 



그리워하는 일이 그렇다. 드러나지 않지만 선연하고 표표하다. 완강한 털에는 고요의 냄새가 묻어있다. 눈표범은 자신의 아름다움 때문에 멸종해 가는 중이다. 황홀한 무늬와 따스한 털을 지녔다는 이유로. 희귀종이 되어가는 오래된 그리움의습성. 




느낌이 오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맑다. 설원 냄새가 난다. 내내 그립겠다. 그리울 사람이겠다. 한동안 그리운 사람이 었다가 문득 떠오르는 사람 정도면 좋으련만. 불길하다. 희미해지지 않겠다. 일생이 걸리겠다. 마음의 정중앙에 박히는 사람. 그리움의 진앙지가 되겠다. 




나는 대설주의보를 무시했다. 종종 빗나가던 일기예보가 그날따라 적중했다. 고립돼 있었고 대설이 산정을 덮었고 나는 아득했다. 온통 무채색이어서 앞이 분간되지 않았다. 두려움이 엄습해 왔을 때 내 안에서 눈표범이 뛰쳐나왔다. 눈표범이 눈을 밟을 때마다 그리움의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휘청이며 눈표범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가시덤불에 찔렸는지 핏방울이 발자국 위에 꽃잎을 수놓았다. 그리움이 흘린 눈물이 붉어서 아름다웠고 처연했다. 




나는 간신히 집에 돌아와 탈진했다. 나는 그리워했으므로 그 겨울에 살아남았다. 눈표범이 없었다면 길을 잃고 길눈에 묻혀서 봄볕이 내리쬐기 전까지 발견되지 못했을 것이다. 간절해지면 느낌이 온다. 그 사람에게서 푸르스름한 그리움의 냄새가 난다. 그러면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울 사람은 그리워해야 한다. 그것은 느리고 길고 고독한 일이지만, 그것을 살기로 마음 먹으면 하나의 인생이 된다. 저항해도 그리울 사람은 끝내 그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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