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람들은 책임감이 없어. 뭐든지 다 제대로 안 해. 제대로 시키려면 돈을주거나 압박을 해줘야 해!"
그날 밤 그 한마디의 말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
꽤 오래전 일이다. 보라카이에 갔다. 그것도 혼자서..
혼자서 보라카이에?
그랬다. 모두 쌍쌍이었다.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휴양을 즐기러 온 사람들뿐이었다. 한국사람이 많은 동남아 여행지중 한 곳이라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흠.. 휴양지에 혼행이라니... 제주도라면 몰라도 보라카이에..
그렇기에 게스트하우스(이하 게하)를 예약하지 않았나. 나처럼 혼자 온 게스트들과 어울리면 될일!
보라카이엔 다행히 2개의 게하가 있었다.
'걱정 붙들어 매자. 어쩌면 혼자 온 여자 게스트와의 썸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보라카이는 생각보다 호락호락한 여행지가 아니었다. 직항은 없고,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 근처 본섬 공항에 내려 다시 배를 타고 보라카이 섬으로 들어가야 한다. 자정 무렵에 도착한 나는 바로 섬에 들어가지 못하고 공항 근처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섬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조금 어려 보이는 여성 여행자 두 분의 추천을 받아 예약했다는 곳에서 나도 하루 묵고 다음날 아침 보라카이로 향했다.
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여행자를 반기는 건 삐끼(?)들이다. 죄다 내 짐가방을 들어준다고 아우성이다. 건장한 30대 남성의 가방을 뭣하러 들어준단 말인가. 친절을 베풀려는 행동의 속내는 돈이다. 됐다. 이것들아 내가 이런 얕은수에 넘어갈 여행객이 아니다.
그리고 틈날 때마다 즐겨 듣던 여행 팟캐스트로 간접적인 내공도 쌓아왔다. 여러 여행객의 산전수전 스토리를 듣다 보면 마치 내가 같이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았다.
유럽을 비롯 여행한 국가가 20개국이 넘어가는 여행자인 동시에 대부분을 혼자서 여행하며 당황스러운 상황을 많이 경험했던 터였다.
첫 해외여행은 유럽이었다. 배낭여행은 꼭 배낭을 메고 가야 한다며 친구 배낭을 빌려 혼자 45일간 유럽과 일본은 다녀온 후 혼자 여행하는 것은 나에게 언제나 가장 선호하는 선택지 중 하나가 되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혼자이기 때문에 현지의 그들과 그 문화에 너무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한 명만 같이 가서 일행이 있더라면 말 한마디를 섞더라도 기존 서로 간의 문화가 있기에 그것에 신경 쓰여, 내려놓고 빠져들기 쉽지 않다. 혼자라면 누구의 동의도 필요 없이 현지인들과 현지 문화에 다가갈 수 있었다. 하지만 단점은 때론 너무 외롭다. 용기가 필요할 땐 정작 혼자라서 부족할 때도 많았다.
어찌 됐든 난 이제 보라카이에 들어왔다. 즐기기만 하면 되는군!
캐리어를 끌고 들어간 곳은 보라카이에 딱 두 곳인 게하 중 한 곳이었다. 또래로 보이는 형님 한분이 친절하게 맞아주신다. 방을 배정받고 보니 조금 더 형님인 장기투숙객 느낌의 여행객이 한 명 더 있다.
그리고 내가 기대하던 여성 게스트는 없었다. 모두 체크아웃하고 새로 게스트들이 많이 오려나?
하지만 여행 내내 우리 셋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