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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콤보 Apr 13. 2022

환상의 섬, 크리스털 코브

#3 


"안녕하세요. 오늘 크리스털 코브 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들으신 게 있나요?"


"아니오. 없어요"

신기하게도 그들은 들은 게 없다고 했다. 분명 무늬만 Security인 직원이 전화를 해준다고 했는데...


어찌 됐건 다시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난 리포트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맘에 없는 투어를 끝까지 마치고 와서 시간은 오후 네시쯤이었고, 내 행색은 마치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


경찰은 나에게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

"리포트를 줄 수 없어. 여기 관할구역이 아니거든"


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인가, 크리스털 코브 섬은 보라카이와 제일 가까웠고, 난 보라카이에서 출발하는 호핑투어를 떠나서 거기에 들어가게 된 것 아닌가. 

그리고 난 지금 보라카이에 온 여행객인데... 


부패경찰의 스멜이 느껴졌고, 바로 이때 그 장기투숙객 형들의 말이 떠올랐다.

"여기 사람들은 책임감이 없어. 뭐든지 다 제대로 안 해. 제대로 시키려면 돈을주거나 압박을 해줘야 해!"


'이것들이 날 물로 보고!'

'그래 장난친다 이거지? 내가 본떼를 보여주마!'

'내가 이래 봬도 솔로 여행 5년 차에 사기도 속속 걸러내는 사람이야! 누굴 호구로 아나 흥!'


재차 내 요구사항을 말하였고, 몇 번 더 귀찮게 하자 이제 경찰은 나를 응대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이런 모멸과 멸시를 당하다니, 어떻게 이들을 압박할까?'


경찰이 입고 있는 유니폼인 반팔 폴로티의 가슴 주머니에 각자의 이름이 자수로 새겨져 있었다.

명찰인 셈인데 난 그들의 이름을 메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걸로 압박해서 받아낼 생각이었다.

내가 이름을 받아 적는 시늉을 하자 경찰은 자연스레 팔짱을 끼어서 본인의 이름을 가리고는 나를 보며 비웃으며 조롱했다.


'이것들이 행정처리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려 하고 돈만 받아먹는 부패 경찰들이구나! 떳떳하지 못하니 이름도 가리는 구만..'


의심은 확신이 되었고, 압박수단이 소용없게 되자 스트레스만 받았다.

'이름을 메모하지 못하게 하면 사진으로 남기면 되잖아?'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현지 SIM 카드로 개통된 내 휴대전화를 꺼내었다. 촬영 모드로 해놓고 부패경찰을 찍으려는데 그가 말했다.


"If you take a picture, I'll put you in jail."

(만약 네가 사진을 찍으면, 내가 너 철창에 넣어줄게)


'뭐? 뭐래 이놈이 적반하장이구만. 그래 picture(사진)는 찍지 말라고 했으니 movie(영상)으로 찍자'

난 동영상 모드로 설정한 뒤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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