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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Aug 16. 2023

5-?=?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즐길 수 없을 땐?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토록 두려워하던 프레스업무를 맡게 될 줄은.


 회사에 입사를 할 당시엔 조립 관련 업무를 맡게 되었다. 주로 자동차 부품 관련해서 여러 공정의 파트가 있었다. 노동강도도 높은 편이었고 다루는 제품자체도 무게가 제법 나가는 편이라 몸에 무리가 가기는 했지만 일이 힘든 만큼 급여 수준도 높은 편이라 성심성의껏 업무에 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아던 건 정직원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사실이었다.  


 본의 아니게 용역으로 일하다 보니 여기저기 직장을 옮기게 되고 그러면서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되었다. 개인적인 나의 생각일지 모르겠으나 일로 인한 힘듦보다 사람관계에서 오는 힘듦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회사는 나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회사였다.  적어도 프레스업무를 맡기 전까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 파트에 업무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프레스업무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보조업무를 하다가 차츰차츰 기계도 다루기 시작했다. 프레스기계는 위험하다는 일반적인 통념도 있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동생의 사고도 있었기 때문에 나에겐 프레스기계는 무서움이 아니라 공포 그 자체였다.  

  


 처음엔 어떻게 어떻게 업무를 이어갔다.  어떤 날은 땀이 비 오듯이 나고 심장이 조여 오는 것 같아 반장님께 오늘만 다른 업무를 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을 드렸다. 그리고 반장님은 이렇게 얘길 했다.

 우리 부서엔 일이 없어지는데 프레스일을 하지 않으면 잔업도 없을 거라고.  그 말을 듣고 어떤 부서일이든 다 할 테니 프레스업무만 제외시켜 달라고 했고 그러기로 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마음이 바뀌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잔업을 하지 않으면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들 다하는데 난들 못하겠냐 싶었고 기계에 센스가 다 작동되니 믿거라 하는 마음도 있었다.  

 다행히 일도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일이 익숙해지니 생산량이 신경 쓰이게 되었다. 하지만 늘 신경이 곤두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타고난 건지 아니면 자라온 환경 탓인지 오감이 매우 예민하다. 그중에서도 청각이 아주 발달해서 평소에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의 원인을 찾아야 마음이 진정되었다. 이러한 탓으로 기계에서 나는 소리에 늘 신경이 집중되었고 들리지 않아야 할 소리가 들리면 불안해졌다.


 그렇게 일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할 때쯤 사고는 일어났고 원인은 어이없게도 센서오작동이었다.

 

  그동안 회사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 인재로 인한 것이었다.  

 사고 이후 줄곧 생각해 왔던 건  내가 그 회사를 그만뒀다면 사고는 피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나에게 일어날 사고였으니 그 사고는 피했더라도 다른 사고를 겪게 되었을까.


  결론을  내리자면 무조건 견디고 정면승부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삼십육계 줄행랑도 한 묘책일 수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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