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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Aug 25. 2023

5-?=?

눈물이 주룩주룩

   사고 이후 가장 큰 변화는 감정의 변화다.  기쁠 때건 슬플 때건 감정의 수위가 백 프로까지 치솟지 않는다.  촉촉이 스며드는 이슬비와 거칠게 쏟아지는 소나기 그 어디쯤.  언제라도 폭우처럼 쏟아져 내릴 수도 있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참고 또 참다 보니 습관이 되어 버렸나 보다.

  

   예전에 나는 울보였다. 책을 읽다가 너무 슬퍼서 울기도 하고 tv를 보다가 엄마 생각에 울 때도 있었으며 문득 아이들 생각에 흐뭇해서 울 때도 있었다.

  이런 나를 사고는 무미건조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크게 기쁘지 않다는 것, 크게 슬프지 않다는 것은 삶을 황량하게 만든다. 황량하고 황폐한 사막에 한 송이의 꽃이라도 피우기 위해 작은 노력을 해 보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어떤 화분은 물을 많이 준 탓인지 익사를 했고 분홍 꽃망울로 날 맞이해 주던 화분은 더위에 나날이 말라갔다.  

   내가 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의 존재를 아름다운 향기와 다양한 색깔로 어필하기 때문이다. 봄에 벚꽃이 필 때 사람들은 꽃을 보고 좋아하지 잎을 보고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꽃이 지고 잎이 나기 시작하면 지는 꽃에 아쉬워한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그 사람 안에 꽃이 있어서라고 한다. 내 안엔 어떤 꽃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황량한 나의 사막에 꼿꼿이 서서 날 지켜주는 반려식물이 있다.  어림잡아 8~9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으니 베스트프렌드라고 해도 과하지는 않을 듯하다.

  

 덴드롱이란 이름의 식물인데 봄이랑 초여름엔 싱싱하고 푸른 잎들이 날 설레게 하고 여름이 절정에 이를 땐 꽃들도 절정에 이르러 내 눈물샘을 자극한다.  처음엔 흰색으로 시작해서 그다음엔 빨강으로 빨강 꽃들이 제 목숨을 다하면 그다음엔 그 하얗던 꽃들이 보랏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꽃나무  하나가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기쁨을 준 다는 건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어쩌다 보니 눈물로 시작된 글이 꽃이야기로 가득 찼다. 화분을 해마다 산다. 화분이 무럭무럭 잘 커가면 내 마음도 화사해지고 잘 커가던 화분이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긴 날엔 마음도 가라앉는다.

   꽃이 꽃으로 피어나려면 그냥 피지는 않을 것이다. 추운 겨울을 혹독하게 이겨내고 각종 병충해와도 끝없이 싸워서 이겨냈을  때 선명하고 눈부신 자태로 피어 날 것이다.  사람 또한 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 흘리는 한 방울 한 방울의 눈물이 자양분이 되어 향기 그윽하고 더없이 당당한 자태로 피어날 것이다. 내 안의 꽃이 제대로 피어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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