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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Sep 17. 2023

5-?=?

해야 할 것 vs  하지 말아야 할 것

  요즘 세상은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아니 무너지는 것을 넘어 파괴되고 있다.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은 하지 않으려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 들은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둘의 균형을 잘 맞추어 살아 가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안타까운 세상이다.  

 

  더구나 그런 상황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내가 한없이 바닥을 치고 있는 중이라면 분노를 넘어서 참담함까지 느끼게 된다.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병문안을 올 즈음 생산 팀장도 병문안을 왔다. 사고 이후 거의 일주일이 경과된 시점이었다. 그리곤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장님도 같이 오려고 했으나 독일분이라 말이 통하지 않아 오셨고 이사님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못 오셨다는.

 

 나는 격앙된 목소리로 얘길 했다. 사고현장을 다 같이 목격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보상은 차후 문제라도 어떻게 얼마나 다쳤는지 알아보고

놀라고 상심했을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그리고 사람 병문안에 말이 안 통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되냐고.

팀장님은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지만 그 말이 진심으로 들리지는 않았다.


그렇게 짧은 병문안이 끝나고 타 부서 사람들이 병문안을 왔다. 냉장고에 있는 음료와 간식을 제공하고 담소가 이어졌다. 이야기 중에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었으며 잘 버티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이도 있었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생각 없이 던진 누군가의 말로 인해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 누군가의 말을 요약하자면 ,

너처럼 조심성 많아서 생산도 많이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사고를 낼 수 있냐는.

 같이 온 동료들이 눈치를 주고 말려봤지만 끝까지 자기 할 말을 이어갔고 도저히 참을 수 없던 나는 화가 나서 쏘아붙였다.

 

 언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생산량도 적지 않고 이번 사고는 내 실수가 아니라 기계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라고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그 언니는 멋쩍어하며 말을 멈추었다.


그렇게 병문안 온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나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어떻게 같이 일을 해 온 사람이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을까 입에서 나오다고 다 말이 아닐 텐데...


  같은 병실을 쓰고 있는 언니들도 기가 찮다며 다시는 못 오게 하라며 노발대발들을 했다.

 

 공감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의 상황과 기분을 똑같이 느끼라는 것이 아닌 비슷하게 느끼는 마음이다. 슬픈 마음은 슬프게 기쁜 마음은 기쁘게.


 공감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언행은 삼가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남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는 배려에 ㅂ도 모르는 사람들.  인간의 도리쯤은 간단히 무시해 버리는 양심에 털 난 사람들.

 이러한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게 요즈음 세상이라는 사실에 슬픔을 넘어 참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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