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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Oct 13. 2023

5-?=?

상처 없는 영혼은 없다  

 병원이라는 곳은 사람의 드나듦이 잦은 곳이다.  내가 입원한 병실 역시 50여 일 남짓한 시간 동안 20여 명의 사람들이 머물고 떠났다.


 그중에서도 내가 세 번째 수술 무렵부터 첫 번째 퇴원을 할 때까지 울고 웃고 서로의 아픔에 눈물 흘리던 병실 동지들이 있다.

 

 무지외반증이라는 병명으로 들어온 대구 언니는  세련된 헤어스타일 동안미모 특유의 밝음까지 겸비하고 있었고 그런 언니 침상엔 방문객이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어르신들 도시락 봉사까지 맡아하면서 일당백의 삶을 사는 듯 보였다. 누가 봐도 부잣집 사모님 같은, 세상 어려움은 모르고 살았을 것 같은 언니는 내가 닮고 싶은 여성상이었다.  


 하지만, 언니의 세월은 눈물 그 자체였다. 세상 엄마들의 보물인 딸아이가 백혈병에 걸려서 여기저기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다니며 고생이란 고생은 다했다고. 다행히 지금은 거의 완치가 되었지만 감염이나 면역을 위해 집안 위생을 엄청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부모가 되면서 젤 감사한 일 두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자라준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타인의 삶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할지 말 것. 알려고도 하지 말 것.


 그리고 17년 동안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살아온 부산 언니는 차분하고 조금은 깐깐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식 사랑이 국보급인 대한민국의 대표엄마였다. 집이 부산이라 남편과 자식이 자주 오지는 못했지만 통화하는 모습에서 가족의 온기가 전해졌다.  말이 17년이지 그 세월이 얼마나 힘겨웠을까. 17년이란 세월을 굳건히 견뎌낸 끝에 굽어진 손가락을 수술로 펼 수 있고 정상적인 손 사용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우리는 각각의 상처들을 개방함으로써 하나가 될 수 있었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었다.

 우리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웃음꽃을 피우는 날이 많았는데 다른 병실의 환자  한 분이 이런 우리를 보고 친구나 자매가 입원한 건 아니냐고 묻는 분도 계셨다. 좋은 일로 한 마음이 될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겠지만 아픔 내지 고통이란 공통분모로 이어져 더욱더 끈끈해지고 친밀해질 수 있다면 그 깊이와 농도가 짙어지지 않을까.

  

 퇴원이 급하게 정해져 언니들의 연락처를 미처 받지 못해 큰 아쉬움이 남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누구보다 행복한 나날을 이어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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