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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Oct 20. 2023

5-?=?    

희극 vs 비극

 네 번째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퇴원을 하게 되면서 상처 부위엔 약간의 출혈과 진물이 남아 있었고  이대로 내버려 두면 곪을 수도 있어서 집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혼자 병원을 가려고 집을 나서려는데 딸아이가 따라나섰다. 혼자서 다녀올 수 있으니 괜찮다고 말려 보았으나 하도 고집을 부려서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대구에 있는 병원에서 집 근처 병원으로 변경을 하게 되면 행정상의 절차를 거쳐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산재담당자를 만나야 했다. 병원 원무과 직원을 통해 산재담당자를 만나 행정상 절차를 마무리하고 진료실로 향했다. 다행히 대기자가 많지 않아 금방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나도 내 상처를 마주 하는 게 지금까지도 힘든데 소독을 하려면 붕대를 풀어야 하고 아직 상처투성이인 왼손을 딸아이가 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아니 보여주기 싫었다. 딸아이는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정말이지 괜찮지가 않았다. 치료가 완료된다고 해서 예전처럼 돌아갈 순 없지만 적어도 피투성이,  상처투성이인 지금의 모습보단 충격이 덜 할 테니까.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할 수 있다면 인생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나의 기억은 슬픔으로 가득 차 내 인생은 이다지도 힘든 걸까.


 돌아가신 엄마를 떠올리면 좋은 기억도 분명 있었을 텐데 늘 먼저 떠오른 건 신장이식직전 온몸에 푸른색 소독약을 바르고 담요를 걸치신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엄마는 눈물의 씨앗이다.

  

  아빠도 병환으로 돌아가셨는데 마지막 염을 하는 과정에서 붕대로 몸을 감는 와중에도 그 붕대 사이로 진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혼은 이미 이곳을 떠나셨을 텐데 육체는 아직도 아파하고 있었다.


 부모님 모두 그렇게 보내고 나니 세상과 이별할 때 남겨질 모습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웰빙도 중요하지만 웰다잉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하지만 내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타인의 삶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내가 어차피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면

비극의 주인공보다 희극이 주인공이 된다면 좋지 않을까. 우리 인생은 굳이 비극을 연기해야 할 일은  많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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