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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Oct 20. 2023

5-?=?

괜찮은 줄 알았는데... 괜찮지가 않았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19년이 저물고 2020년이 밝았다.


 19년을 아이구라고 하던데 나에게는 정말 아이 그였지만  2020년은 0이 두 개씩이나 들어있으니 둥글둥글 잘 굴러 가리라 믿으며 새해를 맞이했다.


 아들의 라섹수술을 위해 세 식구가 부산으로 향했다. 사고 이후 얼마만의 외출인가. 겨울바람이 차가웠지만 오랜만에 외출이라 적잖이 설레기도 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병원의 크기만큼이나 대기환자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건 곳곳에 화분을 비치해 눈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인테리어였는데 안과라는 특징은 잘 살린 센스 있는 선택이었다.


 30여 분을 기다렸을 즈음 아들의 진료가 시작되었다. 각종 검사시간만 30분 이상 걸렸고 수술 전 최종상담을 했다.  이런저런 설명을 했으나 이해가 잘 되질 않았고 결론은 라식이 아닌 라섹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두 수술의 다른 점은 수술 이후 재수술의 유무다.

라식은 재수술이 가능하고 라섹은 수술 이후 시력이 떨어지면 안경을 써야 한다는 것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또한 3년 전의 기억일 뿐 확실치 않으니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신 분은 안과방문을 추천드린다.


 수술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들은 무사히 수술을 마쳤고 인공눈물 등의 약을 사서 차에 올랐다. 아들은 엄살이라곤 1도 없는 아인데 많이 힘들어 보였다.

  

  원래 계획은 부모님 추모공원을 들리기로 했는데 아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아 담에 들리자고 했고 그 말은 들은 아들은  차에 있으면 되니까 추모공원에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아들에겐 미안했지만 지금의 마음이 마음인지라 미안함은 잠시 제쳐두고 부모님께로 향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터널에 진입을 했는데 10분 여가 지나도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속도 메스꺼웠으며 머리도 어지러웠다.

공황발작이 온 것이었다. 내비게이션을 보니 터널을 통과하려면 5분 정도를 더 가야 했고 내비게이션 확인 후 가슴은 더 빠르게 뛰는 듯했다.


 나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괜찮을 거야, 숨을 한번 크게 쉬어 보자, 곧 끝날 거야


 주문이라는 주문은 다 걸다 보니 터널을 통과할 수 있었다. 처음이었다 이런 느낌은.

 터널이 조금만 더 길었다면 숨이 막혀서 죽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아들은 차에서 쉬기로 추모공원으로 향했다.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진 못했지만 못해도 일 년에 한 번씩은 찾아뵀는데 마치 십 년은 더 된 것 같았다. 나란히 붙어 있는 부모님 영정사진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미안해 미안해 잘 살지 못해서 미안해

그곳에서도 자식 걱정 시키게 해서 미안해"

이 말 말곤 어떤 말도 떠오르질 않았다.

 

 얼마나 울었을까 남편이 그만 가자며 손을 이끌었다.  추모공원을 나서며 부모님께 소원을 빌었다.


 내 사고를 마지막으로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겐 불행이 비켜가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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