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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Oct 17. 2023

5-?=?

너무 늦어버린 귀가

 퇴원 당일이 밝았다. 남편과 아이들까지 날 데리러 온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설렘에 잠을 설쳤지만 피곤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11월 6일 아침, 그저 나는 여느 날처럼 출근을 한 것뿐이었다.  여느 날처럼 아들에게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넸고 늘 그랬던 것처럼 통근버스를 탔다.


 너무 귀가가 늦어버린 것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란 걸 몸에 새기고 또 새기게 되었다. 아홉 시가 가까워지자 남편과 아이들이 내려왔다. 이젠 이대로 함께 집으로 향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입원해 있는 동안 아이들이 병실에 왔다 가고 남편이 왔다 가면 그 뒤로 밀려오는 쓸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었다. 언제쯤 나도 저들과 같이 돌아갈 수 있을까. 늘 염원하고 염원했다. 이제 진짜 집으로 돌아간다.


 입원해 있는 동안 짐이 많이 늘었다. 버릴 건 버리고 나눠 줄 수 있는 것은 나눠주고 그동안 잘 보살펴 준 간호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음료수를 건넸다.  집에서 먹어야 할 약을 처방받고 온 가족이 차에 올랐다.  

 

 만감이 교차했다. 퇴원을 했는데, 기뻐야 하는데 기쁘지만은 않았다. 퇴원이란 건 다 나아서 하는 건데 나는 나은 것도 그렇다고 낫지 않은 것도 아닌 상태니 기분도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나는 이 손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예전처럼 회사 생활은 할 순 없겠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여를 달려 집가까이에  있는 고깃집에서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다 같이 둘러앉아 이렇게 밥을 먹는 것이 얼마만인가. 함께하는 이 시간을 우울하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먹어본 갈비는 촉촉하고 부드러웠으며 맛있는 음식은 기분을 업시켜  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어쩐지 황량함과 쓸쓸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열심히 쓸고 닦느라 애썼을 가족들의 수고로움이 느껴졌다.


 볼일을 보러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내 가슴이 무너지고 말았다. 애지중지 길러온 화분이 잎사귀 하나 없이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

 화분은 주인을 닮는 다는데 내가 아파서 이 화분도 아픈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니 이 화분이 나인 것 같아 안쓰러웠다.

 

  나중에야 안 사실인데 이 나무는 겨울이면 잎이 다 떨어지고 봄에는 새싹을 피워서 여름에는 정말 무성하리만큼 많은 꽃을 피우는 나무였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더니 그때의 내 상황으로 미루어 그런 판단을 했나 보다.

 

 오랜만에 돌아와서 조금은 어색하고 낯선 감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의 안식처는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함께하는  이 공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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