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처럼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평소와 다른 게 있었다면 그날은 혼자였다는 것이다. 사고 이후 병원에 갈 때면 딸아이와 함께이거나 딸아이가 함께 올 수 없을 땐 아들이 함께했다. 그러다 보니 혼자 병원 가는 일이 어색하기도 했다.
내가 다니는 병원은 대학병원만큼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준 종합병원급 규모였는데 입구가 세 군데나 있었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입구는 계단식이었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도 계단입구에 들어서니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입구는 계단식이긴 하지만 양옆이 막혀 있어서 입구로 들어가서 나오기까지는 폐쇄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혼자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아니면 내 몸이 예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인지 그 계단에서
누군가 튀어나올 것 같았고 나에게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런 거구나.
장애를 얻게 됐다는 것이.
이렇게 작아지고 겁쟁이가 되어가는구나.
누가 뭐라고 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가 감옥을 만드는 것이구나.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혼자라는 건 공포 그 자체라고 인식하게 되어버린 걸.
다행히 계단에는 아무도 없었고 진료를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병원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 짧은 거리가 혼자가 아닌 둘이 걸을 때는
차도 지나가고 어느 식당가에서는 맛난 고기냄새가
풍기는 일상의 어느 한 부분이지만
혼자 걸어가야 하는 이 길은 날이 선 칼날 위를 걷는 것처럼 무섭고 어두운 길일뿐이었다.
집에 돌아왔지만 이런 내 마음을 가족들에게 말할 순 없었다. 나도 모르게 변해가고 있는 이런 내가 놀라웠고 당황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