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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Oct 21. 2023

5-?=?

다시 입원

 최종수술을 위해 다시 입원을 했다. 다시 여러 검사가 이어졌고 수술은 내일 하기로 결정이 났다.  


 이번 수술은 손바닥으로부터 엄지손가락을 분리하는 수술이다. 복잡할 거 하나 없는 간단한 수술인데 나는 또 마취에 발목이 잡혔다.


 마취 때문에 불안해하는 나를 위해 큰 수술이건 작은 수술이건 한 사람씩은 수술방 앞을 지켰는데 이번 수술은 남편이 시간을 낼 수 없어 여동생이 수술실 앞을 지키기로 했다. 그런데 수술시간이 다 되어가도 동생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이번 수술은 팔에만 마취를 하면 되는데 마취를 하고 나면 팔이 툭 떨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예비침대에 누워서 대기를 해야 했다. 동생을 보지 못하고 들어온 불안감에 심장은 또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고 설상가상으로 수술실에서 쓰는 나일론 모자가 말썽을 일으켰다. 아니 모자가 말썽이 아니라 예민한 내 성격이 문제였다. 신경이 날카로워지자 모자가 피부에 닿는 부분이 너무도  가려웠다. 수술모자를 벗을 수도 없어서 무작정 참는 거 외엔 방법이 없었다. 여동생은 왔을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걱정에 걱정을 하고 있다가 내 차례가 되어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대에 오르자 심장은 더 활발해졌다.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수면마취를 부탁했는데 처음엔 들어주질 않다가 혈압이 너무 올라가자 수면마취를 한 것 같았다. 쿵쾅거리는 심장소리를 느끼며 잠에 빠져들었고 눈을 떠보니 여동생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친 것도  

지금 이 순간 여동생이 내 곁을 지키고 있는 것도.


 드디어 모든 수술이 끝이 났다.

사고가 난 그날부터 오늘까지

80여 일 가까운 시간을 긴장하고 숨죽이며 버티고 버텨서 오늘에 이르렀다.


 지나온 시간들이 꿈결인 듯 스쳐갔다.

사고 당일의 아찔함과 무서움, 몸에 새겨진 사고 당시의 통증,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 채 받았던 소독까지 돌이켜보니 또 눈물이 흘렀다.


 이 놈의 눈물은 언제쯤 그치려나.

아무래도 눈물은 눈치가 없는 녀석인가 보다.

아니 오늘부터 행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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