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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Jun 06. 2024

집밥예찬

 

오랜만에 김치를 담갔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배추를 절여서 파니 절이는 시간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으니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 잘 절여진 배추를 한 시간가량 물기를 빼고 물기가 빠지는 시간 동안 김치양념을 만든다.


북어대가리, 무, 양파, 대파, 다시마를 넣고 육수를 우리고 멸치액젓, 새우젓도 첨가한다. 마늘과 생강 그리고 무와 양파 대파도 다져 넣는다. 찹쌀풀도 잊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매운 고춧가루와 보통 매운맛의 고춧가루를 섞는다.

그리고 감칠맛을 담당하는 매실청도 부어준다.


적당히 물이 빠진 배추에 양념을 바른다. 하얀 배추에 양념이 더해지니 생기가 돈다. 입안에 침이 고인다.  알싸함과 짭조름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김치를 담고 보니 수육 생각이 절로 난다.

요즘 예능 전원일기에서 김혜정 씨가 막걸리에 돼지고기를 삶는 걸 보고 따라 해 봤더니 깔끔하고 구수한 맛이 괜찮아서 그 후론 수육은 막걸리다.

육수우리고 건져낸 표고버섯은 꼭 짜서 간장을 넣고 볶았다. 국물이 없으면 허전할 것 같아 갖은 채소에 두부를 넣어 된장찌개도 끓였다.

저번주에 졸여둔 연근조림도 밥상에 올랐다.


김치에 수육을 싸서 입안 가득 밀어 넣는다.

행복은 늘 그렇듯 소소한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따뜻한 음식을 함께 나누는 것.


어린 시절 다섯이나 되는 형제들 속에 배부르게 먹는 건 꿈도 꿀 수 없었지만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고 남편 자식 굶기지 않으려고 없는 살림에 지지고 볶느라 한 세상 보내신 엄마가 계셨기에

아니 엄마와 함께한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 아닐까.


이제는 다 자라서 내 곁을 떠난 아이들은 집밥을 먹을 일이 흔치 않다. 그래서 두어 달에 한 번쯤 아이들이 올 때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이것도 먹이고 저것도 먹이고 싶어서.


요즘은 요리하는 남자들이 많아졌다. 유투버라는 고마운 요리도우미도 생겨서 음식 하기가 여간 쉬워진 게 아니다. 그럼에도 예전의 그 맛이 나지 않은 건 왜일까.


아마도 그건 유일함이 아니었을까 우리 엄마만이 또는 내  아내만이라는 유일함.


쌀이 없어서 양을 늘리느라 김치랑 콩나물을 넣고 끓여준 엄마의 김치국밥이 못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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