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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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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Apr 28. 2022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낸 날


어제 지방에 다녀온 후유증으로 오늘은 종일 헤롱댔다

그 와중에 담 주 하루 일정 두 개가 꼬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작년말에 강연갔던 춘천에서 한 분이 강연을 섭외하셨고

그곳에서 구두로 그러마했는데 그걸로 끝이었다

아마 톡을 주고 받은 것 같은데

12월에 주고 받았던 톡을 도무지 찾질 못했고

그리고는 까맣게 잊었다

오늘 연락을 받고야 깜놀했지만

이미 다른 일정이 잡혀있는 상태였다.


두 곳에 모두 양해를 구하고 스케줄 조정을 해보긴하는데

담주 월요일, 오늘은 목요일

대체 어떻게 해야 지혜로운 방법인지

이 모든 게 내 탓이기에

가뜩이나 에너지 방전 상태에서 그냥 무기력해졌다.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약간 기운이 돌아오는데

아직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어느 곳이든  한 곳의 일정을 사죄드리고 포기해야하는데...

내일이면 해결될까?

어떻게 일이 풀려야 잘 해결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나는 때로 참 대책없는 인생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오늘도 그림은 그려야겠기에

가장 간단한 그림을 하나 골랐는데

내가 봐도 너무 별로인 그림..


**

저녁에 양서류 시민모니터링 이야길 들었다.

작년에 비해 올해 개구리 산란 시기가 2주에서 3주 정도 늦었다 한다

너무 가물어 물이 부족한 게 이유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하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인간의 관점 + 생태감수성 제로인 사람들의 행위로

힘없는 존재인 양서류들은 그냥 사라져간다

수로에 빠지고 사람들에게 밟히고 차에 치이고...

역지사지를 해보면 너무나 끔찍하고 슬프다.

오직 개발에 다들 눈이 가려진 때문에

우리 이웃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사라져가는지 관심조차 없다.

어느 지역에 물 웅덩이가 있는 곳에 올챙이 수백마리가 부화했는데

그곳을 지역민들은 생태공원으로 만들길 원했고

땅 주인은 개발을 하고 싶어하며 갈등을 일으키다가

땅 주인이 그만 그곳의 물을 다 빼버려 올챙이 수백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한다...


작년 창원 용지호수 근처에서 하룻밤 머물 때 일이 떠올랐다.

8월이라 새벽에 일어나 공원을 산책하러 갔는데

지렁이 수백 마리가 밟혀죽은 사체가 즐비했다

그 위를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어떤 나이 지긋한 한 무리의 어르신이 지나가길래

이걸 좀 보라고 알려드렸더니

날 쳐다보면서

별걸 다 호들갑이라며

비 한 번 오면 이건 댈 것도 아닌데 뭘

그래도 이 생물들이 너무 불쌍하지 않느냐 창원시청에 이야기 좀 해주세요

했더니 젊은 사람이 하라고

이곳에 살지 않아요, 했더니

그냥 내버려두라고..


나와 연결된 끈들을 이렇게 다 끊어버리고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려는 걸까?


이런 생각이 오늘 무기력하던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사람개구리라 불리는 이들은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의 삶터를 지켜주려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다.

그게 유일한 희망이다...

기운 차리자!


202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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