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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May 01. 2022

동고비는 새끼를 기르는 중


*

동고비 둥지를 지난 4월 10일에 우연히 발견하고는

그후로 쭉 가보질 못했다

모든 날이 바쁜 건 아니었지만

그 사이 내가 일단 너무 많이 아프기도 했고

좀 추스리고는 바깥 일로 날마다 바빴다


오늘은 작정하고 점심을 먹은 뒤에 콩쥐랑 산에 올랐다

길가 키 큰 은사시나무 중간쯤,

그러니까 아주 고개를 뒤로 45도 이상 젖힌 뒤에야 찾을 수 있는 높은 곳에

동고비는 딱다구리 둥지에 솜씨좋게 미장을 하고는

보금자릴 마련했다

올라가면서 벌써 육추 다 끝나고 새끼들이 이소를 했으면 어쩌지

이러고 쌍안경으로 조심스레 둥지를 살폈다

둥지 입구 아래쪽이 약간 흔적이 보였다

뭘까뭘까.. 하는데

동고비 한 마리가 애벌레를 하나 물고는

뭐야? 나 찾고 있었어?

마치 이러는 듯...ㅎㅎㅎㅎㅎ

우와, 반가워라

우리는 순간 몸을 얼른 숨겼다

행여 동고비가 불안해할까봐

아니나 다를까 동고비는 둥지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양옆을 휘휘 둘러보며 경계를 하더니

쏙! 들어갔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그렇지만 반가움도 얼른 접고 그 자릴 피했다

좀 더 올라가다 우리가 쉬는 약수터에 이르렀을 때 왠 새소리가 들린다

두리번거리며 새를 찾는데 바로 옆 소나무에 동고비 한 마리가 있다...

아니, 이런! 설마 아까 그 동고비?

아닐지도 맞을지도 우리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다만 너무나 반가웠다

동고비는 아주 잰 몸짓으로 위로 아래로 나뭇가지를 돌아다니며 뭔가를 찾아 먹는 것 같았다.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온 거니까 이번엔 자릴 뜨지 않고 지켜봤다

부산스레 움직이더니 휙 날아갔다


하루에 두 번이나 만났구나...

반가움을 가득 안고 내려오는 길에 다시 동고비 둥지를 쳐다보는데

한 마리가 휙~ 하고 둥지에서 나온다

오늘은 동고비를 무려 세 번이나 만난 날


왜 그동안 안 왔느냐며 마치 반겨주는 듯...

물론 내 해석이다!^^


무사히 포란 끝내고 열심히 육추를 하고 있는 동고비네

무사히 잘 키워서 이소도 잘 마무리짓고

또 동고비 새끼들은 숲에서 평화롭게 잘 살기를!


**

기온이 오르면 밥을 잘 관리해야하는데

아차 하는 순간 밥이 쉬어버렸다

물에 헹궈서 한번 끓여도 소용이 없다

해서 물에 몇 번을 헹군 뒤 모이대에 내놨다

푸짐하게 산더미처럼 밥알이 쌓여있었다

그 곳으로 참새가 와서 밥알 하날 입안 가득 물고 가고

또 여러 마리 참새가 와서 먹고...

그러다 까마귀도 한 마리 와서는 우적우적 소리가 날 것처럼 거칠게(참새에 비해) 먹다 가고

비둘기가 와서 먹었다(고 콩쥐가 보고 일러줌).

그리고는 동고비 둥지를 보고 와서 모이대를 들여다보니

완전 말끔하게

밥알이 단 한 톨도 남지 않았다...

우와, 누군가의 배가 통통해졌겠구나

음식을 쓰레기로 만들지 않고 유기분해시키겠구나.. 싶은 생각에

새들에게 고마웠다.


***

지렁이 상자에 넣어주었던 메론 껍질은 비닐로 변해버렸다

달달한 과일을 지렁이는 특히나 좋아하는 듯

메론껍질을 알뜰히 먹고는 겉에 낀 왁스층만 남았다

전에 사과껍질을 넣어줬을 때도 그랬다..

대단한 녀석들


5월 첫 날, 같이 사는 내 이웃들로 기쁜 날


20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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