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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now one Jan 29. 2021

서른일곱, 독립을 꿈꾸다

올해 서른일곱이다. 남들은 대학을 입학하면서, 회사에 취업하면서 혹은 결혼을 하면서,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분가를 했어도 이미 한참 전에 했을 나이일 텐데, 나는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산다. 대학 때는 지하철과 버스를 각각 한 번씩 타고 한 시간 십 분이 걸렸고, 직장은 서울과 경기를 오가며 다녔기에 집이 딱 중간이었다. 서울에선 1시간~1시간 반, 경기도로 다닐 때는 한 시간이 걸렸다. 짧은 거리는 아니었지만 다닐만하다고 느꼈고 불평할 만한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경기도민은 그렇다. 서울 친구 만나려면 기본이 한 시간 십 분이기에, 한 시간 반이면 통학하기에 괜찮다고 생각한다).


* 경기도는 자취하기에 애매한 거리라고 생각한 것이 비단 나뿐만 아니라는 것을 요즘 인터넷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기도민 Vs. 서울시민의 차이" 유행 글을 통해서 확인했다.



독립의 필요


그러던 내가 독립을 해야겠다. 회사 근처에 살아야겠다 라고 느끼게 된 것은 작년 즈음이었다. 서른일곱, 남들보다는 늦었겠지만 스스로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았던 내가 "독립"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부모님이 나이 들고 노화가 진행되면서 곁에서 해 드려야 하는 것들이 더 많아졌지만, 부모님도 자녀와 함께 사는 것 말고 노년의 자립을 경험하셔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반재택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시도를 넘어서 이동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또한 퇴근길에 마주하는 회사 앞의 하늘이 매우 마음에 들기에 이 동네에 와서 사는 것이 어떨까 하고 궁리하게 됐다.


너무 늦은건 아닐까?

집을 구해야지!라고 결심한 순간, 내가 참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걸 알았다. 연일 부동산과 주식담보대출, 주식 구매자금에 대한 뉴스가 가득했지만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세금에 대해서도 대출에 대해서도 어떤 집에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퇴근 후 회사 근처의 부동산에 한번 들러보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매물도 훑어봤지만 같은 조건처럼 보이는 한 건물의 집들도 가격이 제각각이라 직접 방문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많은 것 같다. 부동산을 혼자 찾아가는 것도 떨리고 퇴근 후 저녁에 짬 내서 집을 보는 일도 쉽지가 않다. 나보다 훨씬 빨리 서울에 자리잡기 위해 방을 구하고 몇 번씩이나 이사를 하던 친구들이 위대해 보인다.


독립가구로써, 혹은 다인가구에 대한 꿈도 접지 않는 미혼의 사람으로서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어떤 계약을 해야 하는지 어느 지역에 어떤 조건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그 여정을 기록해보기로 했다. 일 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직까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던 지난 과거의 시간은 뒤로하고, 이제 곧 다가올 봄을 준비하며 서른일곱의 독립 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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