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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 Mar 31. 2021

마음 약한 게 죄다

저잣거리의 생불들


사 년 전쯤 제리의 바버 샾을 떠나 다른 곳에서 일을 하는 동안 그녀의 이발소에서 하면서 좋았던 것 중에서 유독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에어 불로 우어. 컴프레셔에서 공기를 만들어내어 호수를 통해 강한 압력으로 바버들 각자의 자리에 연결된 노즐까지 센 공기를 보내준다. 원할 때마다 노즐의 손잡이를 눌러 손님의 머리와 얼굴, 그리고 어깨에 들러붙은 잘린 머리카락들을 깨끗이 불어서 날려 보낼  있고 바닥과 구석구석에 들어가 있는 머리카락들도 서서 시원하게 불어가며 청소할 수 있어 그만이다. 그뿐만 아니라 클립 퍼(이발기) 사이사이에 끼인 머리카락 쪼가리들도 속속들이 불어내어 이발 도구 청소에도 최고인 데다가 얼굴에 대고 쏘면 이물질을 한 방에  려 주는데 눈, 코, 입 또는 머리통이 따라서 날려가지 않도록 힘주어 단단히 붙이고 있어야 할 정도다. 목덜미의 셔츠 입구를 통해 쏘면 강력한 바람이 몸통의 앞뒤를 순식간에 훑어주어 완전 최고다. 이 년 까지만 해도 마스크를 쓰고 싶어도 혼자서 환자로 여겨질 까 봐  수가 없는 분위기였으나 지금은 바야흐로 마스크 시대라서 불어댈 때마다 날리는 온갖 먼지마스크가 걸러주니 더욱 좋다. 게다가  가지 이점이  있다. 바람이 노즐을 통해 나올 에는  소리가 커서 주변 소리들을  잡아먹어주는 덕분에  배속에 모여진 가스를 내보내기에  좋은 타이밍이다. 가스를 방출하기 위해 매번 화장실을 들락거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가끔 그렇게 하기도 한다. 한데 이주  어느  컴프레셔가 고장이 났다. 핸디 우먼인 제리는 부품을 사다가 갈고 어쩌고 하더니 고쳐놓았다고 의기양양해하며 일찍 퇴근을 하였으나 그녀가 떠나자마자 바람은 바로 끊겨버리고 말았다. 싸구려 부품으로 갈아 끼우는 바람에 바로 다시 고장이   분명하다며 리치는 불평을 하였다. 다음날 제리는 다시 부품을 갈아 끼운  컴프레셔가 노후돼서 기능이 약해졌으니 우리들에게 바람의 세기를 약하게 조절해 놓고  것이며 전처럼 길게 불어대지 말고 손동작으로 끊어가면서 살살 달래 가며 불라고 하였다. 바람의 세기가 약한 데다가 끊어가면서 불어보니 머리카락들이 털어내어 지지도 않았다. 뱃속의 가스도 바람에 맞춰 끊어서 내보내려니 것도 문제였다. 삼십 분도  되어 바람은 끊겼고 그녀가 고쳐보려 온갖 방법을 다 써보았으나 컴프레셔는 수명을 다하고 완전히 정지해 버렸다. 강풍 덕분에 일하는 즐거움이 컸는데 이래저래 걸쩍지근하게 일하면서  주가 지나자 드디어 제리 여사께서  컴프레셔로 교체를 하였고 다시 시원하게 공기를 마음껏 불어댈  있어 깔끔한 일터로 되돌아왔다. 집수리도 죄 다 손수 하는 그녀는 홈디포(건축자재, 도구 전문매장) 무척이나 좋아하 자주 간다. 어느 ,  그녀가 홈디포에 들어섰는데 곳곳에 포진해 있던 직원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도움이 필요하다고 아무리 불러대뒤뚱거리면서 찾아다녀도 그 많건 직원들이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아무도 모습을 안 보여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홈디포 직원들 사이에서 그녀는 블랙리스트에 올라있음에 분명하다. 한번 말을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끊지 않고 끝도 없이 쏟아내는 그녀의 말을 들어주다가 직원들도 질렸으리라. 그리고 특이한 용모와 인상착의가 직원들 사이에  퍼져 그녀가 홈디포에 들어자마자 모두들 알아보고 삽시간에 이 통로 저 통로로 숨어버 것이리라. 제리의 바버 샾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그녀가 내게 권해서  이발 도구가 몇 가지 는데 보다 보니 동료 리치가 갖고 있는 도구들과 같은 회사의 같은 모델이었다. 리치는 자기가  써오고 있는 이발도구들을 제리가 죽 훑어보다가    못쓸 것들 뿐이라며 자기 것과 같은 제품을 사라고 강권하기에 도구를 새로  돈이 없다고 하자 대신 사주었다고 했다. 무척 알뜰하지만 쓸 곳에는 잘 쓰는 제리의 성품을 나는 높이 산다. 리치는 오 년 전 어느 방문 판매상한테서 프로용 전문 가위라며  불이란 거금을 주고 샀다는 가위를 보여주었다.  가위를 보니  역시 당시에 방문 판매상에게서 이백 불이나 주고   개의 가위가 생각났다. 혹시  장사꾼이 엘에이에서 왔다는 이러저러한 외모의 한국 아저씨가 아니었느냐 물었더니 맞다  하였다. 당시에 어렵사리 생계를 꾸려가던 리치와 나는  시기엇갈려 이삼십 불짜리 가위를  한인 방문 판매상에게 속아  불이나 주고 샀던 것이었다. 엘에이에서 누라랑 차를 몰고 모텔을 전전하며 가위를 려고 콜로라도 시골 마을을 돌아다닌다는 말에 짠해져서 어리바리하고 마음이 여린 죄로 덜컥 사주었다. 제리가 그런  절대로 팔아주지 말라고 미리 경고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말을 정말 많이 하긴 하지만 그녀의 말은 많이 맞다. 한데 너무 말을 많이 하고 계속해서 해대니 새겨듣지 않고 흘려듣게 된다. 이삼십 분만 말을 해도 목이 아프고 머리가 아파 와서  이상 말하기가 싫던데 그녀는 기운도 좋다. 아마 기운 빼지 않고 말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지적이고 부지런하고 유머러스하고 강한 멘털의 소유자인 그녀는 음식과 물건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고 보니 악조건 속에서도 안팎으로 이만큼이나 성공을 이룬 그녀가 존경스럽고 좋아져 그녀의 곁에 앉아 그녀가 쏟아내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고도 싶지만  분에서  분이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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