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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 Jul 19. 2020

이게 잘 된 건지 어쩐 건지

바쁠 거 전혀 없다

 
백인들 중에는 젊어서부터 머리 탈모가 시작되어 이마가 점점 위로 넓어지다가 정수리 부분으로 까지 넓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버틸민큼 버티다가 아예 깨끗이 모두 밀어 버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주변머리만 풍성한 것보다는 훨씬 낫다. 머리카락은 그리 줄어도 얼굴에는 잔털과 수염이 무성하다. 엉성한 머리카락을 수염으로 보상받고 싶은지 길게 길러 모양만 약간 다듬어 달라는 손님들이 종종 있다. 그들은 대부분 머릿결이 부드럽고 머릿발도 가는 데다가 두상이 작고 이마가 넓어 이발이 쉽다. 반면 히스패닉은 머리숱이 빽빽하고 모발이 굵고 두상도 커서 이발사들이 수고를 많이 해야한다. 그들의 까맣고 굵은 머리를 자르다보면 가위 날까지 쉬이 무뎌지는데다가 머리카락이 뒷목덜미까지 덮여있어 이발비를 더 받아야 마땅할 듯싶다. 눈썹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마의 중간서부터 머리털이 자라나 본인들도 답답한지 위로 많이 넓혀서 깎아 달라기도 한다. 어떤 손님은 얼굴 전체적으로 털이 많아  눈과 코, 그리고 입과 귀가 보이게 파내는 느낌으로 일을 할 때도 있다. 깨끗이 다듬어 놓고 나면 완전 딴 사람이 된다. 한데 얼마 지나지않아 도로 자라나 파묻힌다. 늦가을 어느 날 긴 곱슬머리에 수염이 더부룩한 사람이 들어와서는 머리 주변만 약간씩 다듬어 달라고 하였다. 머리도 얼굴도 잔뜩 털에 덮여있기에 조금 더 짧은 것이 낫지 않겠냐고 했더니 날이 추워지기 시작할 것에 대비해 길러온 것이라며 안 된다고 하였다. 건축 일을 하기 때문에 머리털이랑 수염이 있어야 겨울에 덜 춥단다. 그러고 보니 머리는 털모자 수준이고 얼굴 수염은 마스크와 목도리 역할을 충분히 하고도 남게 생겼다.
이발사에게 가장 반갑지 않은 머리는 흑인 머리이다. 그들의 심한 꼬불 머리는 멋스럽게 잘 깎기가 어렵고 오래 걸린다. 처음에는 피부색도 머리카락도 까맣다 보니 이게 잘 깎아 놓은 건지 어디를 더 다듬어야하는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들의 긴 꼬불머리는 빗으면 빗기는 대로 부풀어 올라간다. 오른손으로 깎느라 왼손으로 머리를 잠깐 짚었다가 놓으면 그곳이 푹 주저앉아 다시 빗어 올려야 하기 때문에 머리 빗기다가 시간 다 간다. 그들은 양옆과 뒤를 관자놀이부터 직각으로 올려서 윗부분을 판판하게 다듬어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꼭 정원수 다듬는 것같다.  왜 이런 걸 머리에 이고 다니려고 하는 건가 싶다. 초보시절에 나름 열심히 모양을 만들어 놔도 여기도 틀렸고 저기도 틀렸다는 불만을 많이 들었다. 진땀 흘려가며 다듬고 고치긴 고쳐도 어디를 더 고쳐야 하는지 몰라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나말고 다른 이발사를 찾는 흑인손님한테는 감사한 마음이 들기까지 했다.  그러나 언제나 운이 좋을 수많은 없다. 매니저한테서 세 번의 잔소리를 듣고는 딜레마에 빠졌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면 바로 고칠 수 있지만 해도 안 되는 걸 어째야 한단 말인가.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디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마음을 먹었다. 손님이 만족하다고 하기 전엔 절대로 보내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다. 다음날부터는 아무리 오래 걸려도 손님을 붙잡고 끝장을 봤다. 이쪽 보고 저쪽 보고 여기 또  다듬고 저기 또 다듬고 해서 사오 십분 걸렸다 싶을 때에 거울을 보여 줬더니 좋아하면서 만족해했다. 오호, 오래 붙잡고 있으니까 좋아하는 구나! 그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고생끝 행복 시작이었다. 불만족 건수가 줄고 내 손님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그때부터였다. 오래 시간을 가지니까 마무리가 더 잘 됐기도 했겠지만 자신에게 정성을 들인다 싶어 만족도가 높아졌던 것 같다. 우리 한국인들은 뭐든지  빠른 것을 좋아하나 여기는 많이 다르다.  겪어보니 이곳 사람들은 바쁜 것도 급한 것도 없는지 참고 기다리기를 너무나 잘 한다. 이발소에서 한두 시간 기다리며 텔레비전 보고 서로 수다 떨고 스마트폰도 보면서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즐긴다. 취미생활도 몰려서 같이 다니기보다는 각자 또 같이 즐기는 분위기라 더 느긋한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여기 콜로라도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있으면서 느긋하다.  나 역시 느린 듯하지만 기다리다 보면 또 다 되어지는 이곳 문화에 점점 적응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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