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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 Jul 15. 2020

굿 투 씨 유

혼자 또 같이

서양 사람들은 눈이 크고 코가 높아 처음엔 다 비슷비슷해 보여 외모에 확실한 특이점이 없는 한 전에 왔던 손님인지 처음 온 손님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하나 의자에 앉혀놓고 머리를 깎다 보면 두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그때서야 이 두상을 전에 본 기억이 나 다시 ‘굳 투 씨유~’ 하며 반갑게 다시 인사를 건넨 적이 종종 있었다. 얼굴뿐 아니라 두상도 어쩜 그리 제각각인지 신기하다.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머리털을 제거하고 나면 좌우 비대칭은 말할 것도 없고 상보다 하가 튀어나온 두상에 울통 불퉁하고 흉터와 여드름자국까지 있어 감자처럼 제각각이다.  그래서 이목구비의 조합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두상으로 손님을 식별하는 것이 훨씬 쉬웠다. 어떤 사람은 머리에 까지 살이 붙어 머리가죽이 겹쳐져 위아래로 음영이 드리워져 뒤통수에 흑백사진 속의 얼굴이 하나 더 있는 것처럼도 보이다. 키는 자그마한데 큰 머리를 얹고 있는 손님의 머리를 깎아놓고 보니 두상이 네모 모양에 귀는 평균보다 작아서 그 크기와는 상관없이 손잡이는 다 똑같은 국솥을 떠올리게 했다. 혼자 속으로 웃느라 표정관리를 해야했었다. 한데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다 보니 처음 얼마간은 갑갑하고 걸리적거리는 데다가 시야확보더 덜 되는 느낌에 불편했으나 지내보니 좋은 점도 많았다. 출근 전에 화장을 안 해도 되니 좋았고 더 좋은 것은 표정관리를 안 해도 된는 것이다. 눈만 보이니 억지웃음을 안 지어도 되는 데다가 마스크가 얼굴을 다 가리고 있어 상호 간에 눈을 응시할 일도 많지않다. 말도 많이 할 필요가 없고 온갖 잡균들이 다 차단되는지 감기나 풀루도 요샌 잊고 산다. 손님 앉혀놓고 일하다가 혼자 생각에 웃음이 마스크가 가려주니 또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그렇게 이발하면서  이와 마찬가지로 네일가게에서 일하던 때에는 앉혀놓고 발을 마주해보면 식별이 가능했다. 발톱과 발의 생김새, 각양각색의 문신 등을 보다 보면 왠지 이발이 익숙하다 싶으면 틀림없다. 발톱 모양 중에 특별히 기억나는 발톱들이 몇 있다. 보통은 발톱과 그 옆의 피부와의 연결부위에 골이 있어서 칼라를 칠할 때 피부에 칼라 액이 묻지 않게 기술을 써가며 칠해야 하는데 그녀의 발톱엔 그런 골이 없이 평평했다. 열 개의 발가락이 모두 그렇게 편편하고 발톱까지 네모반듯하게 가지런하여 특이하면서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싶었다. 어디서 봤는지 가만 생각해보니 머릿속 스크린에 창문이 떠올랐다. 창문과 문짝이었다. 매니큐어를 바르는데 칠하기도 너무나 쉬웠다. 백인 여인들 중에는 두 번째와 세 번째 발가락 사이가 반만 갈라져서 그 둘이 V 자를 그리고 있는 발도 많다. 안으로 잔뜩 굽어 드는 독수리 발톱과 밖으로 휜 발톱 둘 다 칠하기가 쉽지 않으나 그래도 독수리가 낫다. 하늘을 향해 급한 곡선을 그리며 휜 발톱은 앉아서 매니큐어를 예쁘게 칠하기가 어려워 엉거주춤 일어서서 얼굴을 거꾸로 들이밀고 칠해야 했다. 손님을 코앞에 앉혀놓고 일을 하는 매니큐어리스트도 이발사도 사람을 일대일로 상대하는 일이라 어려운 점이 있지만 재미있는 일도 많다. 사는 이야기와 좋은 정보, 그리고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원하면 언제든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 외로울 새도 없다. 아는 사람이냐 생판 모르는 사람이냐 얼마나 친한 사람이냐 아니냐는 상관이 없다. 외롭다 느껴질 때에는 그저 사람들 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무슨 이야기를 꼭 나눠야 할 필요도 없고 뭔가를 같이 해야 할 필요도 없다. 따로 또 같이 있는 것이다. 혼자 가는 산행도 혼자 먹는 밥도 혼자라는 것은 본인이 혼자라고 생각해서 혼자 같은 것일 뿐이지 둘러보면 다 같이 있다. 다른 사람도 있고 새도 나무도 바람도 흙도 모두 늘 곁에 있다. 혼자라서 좋을 때가 더 많이 있다. 단지 어떤 조건에 맞춰지면 외롭다는 생각이 들고 그와 같은 생각이 들면 생각 속에서 외로움이 커져 가는 것일 뿐이다. 두려움도 불안도 그와 똑같다. 몸을 움직여 조건을 바꿔주면 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바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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