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방통 Mar 12. 2022

수학철학에 관한 간결한 입문서

존 D. 배로/김희봉, "1 더하기 1은 2인가"


“칸토어는 거장의 솜씨로 기존의 무한과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는, 확실히 다른 무한이 있음을 보였다. 이것은 수학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들 중 하나이다. 이것은 과학적 응용에서 접할 수 있는 가장 큰 연속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실수의 크기와 같으며, 복소수의 크기와도 같음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리논리학에는 훨씬 더 큰 무한도 있다. 칸토어는 이러한 무한들이 끝없는 탑을 이루고 있다는 것까지 증명했다. 여기에서 ‘더 큰’ 무한이라고 말한 것은, 이 연속체가 이야기의 끝이 아님을 강조하려는 의도이다. 끝없이 더 커지는 무한의 탑이, 각각이 앞의 것보다 더 커지면서 일대일 대응이 되지 않는 것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멱집합이 바로 이런 성질을 가진 집합이다.”
존 D. 배로/김희봉, <1 더하기 1은 2인가> 127쪽.


<1 더하기 1은 2인가>라니 너무나 매력적인 제목 아닌가. 수학철학에 대한 훌륭한 입문이 되어줄 것 같은. 읽어보니 입문이 되긴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방식은 아니다. 책이 너무 짧고 간결해서 질문과 새롭게 생각해볼 여지만 가득 던지고, 제대로 된 답이 들어있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즉 수학과 수학철학이 제기하는 여러 다양한 문제를 제시하는, 질문에 가까운 책. 그래도 나는 만족한다. 그 왜, 카프카가 “책은 사람 마음의 뚝배기를 깰 수 있어야 한다” 머시기 같은 말을 하지 않았던가*. 이런 방식으로 새로운 생각과 고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존 배로는 이미 스무 권에 가까운 교양서를 냈고, 우리나라에도 열 권 가까운 번역서가 나왔을 정도이다. <1 더하기 1은 2인가>는 그가 작고하기 전 마지막으로 만든 책으로, 1+1=2라는 간단한 수식을 중심으로 수학의 역사를 짚어낸다. 어떻게 인간은 수를 세기 시작하였나? 하나와 둘 이상의 수, 진법의 개념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책의 흐름은 하나와 둘에서 시작해 수학의 범위가 넓어지는 과정을 좇는다. 하나 둘 세다 보면 갈수록 커지는 자연수에 끝이 없다면 그 자연수를 어떻게 정의해 담아낼 것인가(자연수의 공리화)? 끝이 없는 무한은 다 똑같은가, 아니면 저마다 크기가 다를까(초한 산술, 글 초반에 참조한 내용)? 무한대의 수를 몇 가지 공리로 담아낼 수 있다면 그 한계가 있을까(불완전성 정리) 등등.
이 각자의 질문들은 매우 재미있지만, 스무 쪽 남짓한 챕터에 제대로 담아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의 챕터 하나하나를 질문에 대한 열쇠라기보다는, 수학철학으로 입장하는 문으로 생각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답을 찾고 싶은 열개 남짓한 질문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행의 안내서는 저자가 직접 답을 마련해놓기도 했다. 예를 들어 무한에 관해서는 해나무에서 존 배로의 <무한으로 가는 안내서>를 출판한 적이 있고.
다음에는 <무한으로 가는 안내서>를 읽어보려 한다.

*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양자컴퓨터에 관한 책 두 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