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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나뜨 Sep 20. 2024

처음 만난 친구

첫 번째 개고생, 대화의 방법

  집 밖을 나가서 친구를 만나볼 적이 없던 내게, 대화는 가장 어려운 것 중에 하나였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튀르키예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 집 나가면 개고생 ]] 시리즈의 그 스타트로 첫 번째 개고생은,


대화의 방법


이라고 할 수 있다.


  커버 이미지로 보이는 친구는 내가 제일 처음으로 만난 친구인 Murat 무랏이다. 이름의 뜻은 '욕심, 탐욕'이라고 한다. 번역기로 하면 딱히 뜻이 있는 것은 아닌데,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무랏은 İnan 이난Sinan 시난, 이렇게 셋이서 무리를 지어 다녔다. 셋 다 나이도 다르다. 무랏은 18살, 이난은 20살, 시난은 22살이다. 하지만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해 입시 학원에서 똑같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으니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미국과 비슷하게 큰 나이 차이가 없다면 호칭 없이 이름을 부르는 문화가 있어 서로 더 친하게 지내는 것 같다.

  한국은 한국 나이와 만 나이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헷갈리지만, 다른 나라들은 아니다. 그러니까 튀르키예에서 17-19살은 한국에서 고3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한국에서처럼 더 좋고, 높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N수 하는 것도 기본이니 더 나이가 있는 사람들도 있다. 무랏은 꽤 공부를 잘했다. 시내에 등록한 입시 학원에서 1등을 할 정도면 꽤 잘하는 것 아닌가.

  학생들이든, 학부모든 튀르키예의 교육은 망가져있다고 말한다. 내가 튀르키예 초중고를 경험해보지 못해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는 학생도 입시 학원을 따로 더 등록할 정도면 말 다했다고 생각한다.


  튀르키예는 국교가 이슬람이다. 종교청이 국가기관으로 있을 정도로 이슬람이라는 종교에 대해 신봉하는 듯 보인다. 심지어 사람들의 이름이 이슬람 성서인 Kur'an 쿠란에 나오는 선지자의 이름이나 좋은 뜻을 담은 단어를 사용했다. 국가의 종교가 공식적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타 종교에 대한 인식이나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서 강경적인 입장을 보이지만, 사람들은 최대한 존중하는 쪽이다. 동시에 이슬람의 목사라 불리는 종교 지도자인 İmam 이맘과 그의 가족에게 엄청난 혜택이 있고, 이맘들에게 물질적으로 좋은 우대를 해준다. 초대를 받았던 이맘의 집은 거의 대부분 잘 살고 있었다.

  이슬람의 주일인 금요일이 되면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Cami 자미라 불리는 곳에서 예배를 드린다. 또 하루 5회 기도하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어 마을에 두세 개씩 있는 자미에서 일제히 정해진 기도 시간이 되면 Ecan 애잔이 크게 울리며 튀르키예 온 땅을 덮는다. 교회의 종소리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엄청 소리가 크다. 으아--- 우우와아아아아-- 으라아아--

  이슬람도 하나님(알라)을 믿는 종교다. 하지만, 하나님만 믿는다. 그리스도인들, 흔히 개신교라 불리는 크리스천들은 하나님 아버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성령님,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어 이슬람 신도인 무슬림과 대화할 때 거의 대부분의 대화 주제가 '예수님'이다. 이슬람에서는 예수님을 선지자와 예언자로 인식하지만, 개신교에서는 예수님을 선지자이자 하나님인 신으로 믿기 때문에 반드시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도 이곳에 여행이 목표였지만, 형제들이 특히 종교적인 대화주제로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히 형제이기 때문이다.


  이슬람에서 여자의 존재는 형제들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쿠란에 언급되는 천국의 이미지는 형제에게 맞춰져 있다. 취해도 취하지 않는 와인이 흐르는 강, 77명의 여인들이 자신에게 복종하며 휘황찬란한 금은보화의 향현, 아름다운 풍경 등 음욕과 쾌락에 빠진 듯 보이는 천국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자신들과 세계를 창조한 신이라는 알라는 존재하지 않는 천국이었다.

  보통 형제들이 외국인을 보며 하는 말은 100% 장담할 정도로

Sen kimi inanıyorsun? (쎈 키미 이나느욜쑨?) 너는 누구를 믿어?
Dinin ne? (디닌 네?) 너의 종교는 뭐야?

다. 여기서 중요한 답은 예수님에 있다. 무슬림들은 삼위일체 하나님을 이해하지 못한다. 애초 들어본 적도 없고, 신에게 인간 아들이 있다는 걸 믿지 못할 테니 자신이 만약 그리스도인이라면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 많은 무슬림들이 이 사람은 크리스천이구나라고 받아들인다.


  이렇게 나도 Murat 무랏과 만났다. 무랏도 첫 번째 질문을 정확하게 내게 물었다. 그리고 나는 답했다.

Ben İsa'yı inanıyorum. Senin ne? (벤 이싸이으 이나느요룸. 쎄닌 네?)
나는 예수님을 믿어. 너는? [직역: 나는 예수님을 믿는다. 너의 것은 뭐야?]

  무랏은 Allah (알라)라고 답했다.


  알라의 뜻이 하나님이라고 한 순 없으나 하나님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모든 것에 완전한 권한을 지닌 창조신, 유일신을 뜻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인 내 시선으로는 알라가 하나님이라는 거다. 그리고 튀르키예 무슬림들도 하나님을 뜻하는 튀르키예어인 Tanrı (탄르)를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까도 말했듯 이슬람에서 선지자, 예언자의 신분인 예수님개신교에서 선지자이자 하나님이면서 그의 아들인 우리의 구원자 예수님의 신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나는 되지도 않는 튀르키예어와 바디랭귀지로 2-3분 설명하고 대화가 끊겼다. 더 이상 할 말이 없기도 했고, 질문이 생각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튀르키예는 한류 열풍이 강렬하다. 지금은 따로 활동 중인 BTS와 아직도 활동 중인 블랙핑크의 열기는 뜨겁다 못해 터졌다. 그래서 본인이 한국에서 노안일지라도 튀르키예에 간다면 최소 본인 나이보다 5살은 적게 본다. 무랏이 나보고 16살이라고 해서 터졌다. 내가 너보다 3살은 더 많을 거라고 말해서 놀란 무랏의 표정이 제일 기억 남는다. 이후 자연스럽게 호구조사부터 시작해서 미, 관심사 등 질문을 늘려가 보니 어느새 친구가 되었다.


  어느 날은 무랏이 갑자기 Kilise (킬리세) 교회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도 생각해보지 못한 답이었다. 이슬람 공화국인 튀르키예에 과연 교회가 있을까. 내가 튀르키예에 오기 전부터 궁금했던 질문이었다. 내가 살고 있던 Van 반이라는 도시에는 교회가 3개나 있었다. 시내 끝자락에 위치한 옆나라 이란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참석하는 이란교회, 튀르키예 국가에서 종교집단으로 인정받은 교회, 작은 가정교회 이렇게 3개다.

  현지 교회들이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며 교회에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환영하기는 하지만 꺼리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많은 선교단체들이 많은 사건사고들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한국 선교단체들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의 선교단체들도 있고, 또 수많은 사이비와 이단 집단들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슬람도 이단 교파가 존재하기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내가 믿음을 지켜야지라는 마음에 국가에서 종교집단으로 인정받은 일이 극히 드문 교회에 찾아갔을 때만 해도 현지 목사님이 나보고 너 XXX에서 왔지?라고 물으실 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유명한 기독교 단체 이름이었고, 불쾌하게 받아들인 목사님의 행동이 놀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시 또 가기에는 마찰이 있을 것 같고 예배도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서 주일에는 그냥 집에서 조용히 혼자 메이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가져온 성경책을 읽고 찬양을 불렀기에 무랏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답답했지만, 그냥 집에서 예배드린다고 답했다.


  집에 함께 사는 사람들 중에서 미국에서 오신 분들은 다행히(?) 그리스도인이셨다. 그래서 어느샌가 함께 주일에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그래서 무랏에게 말했다. 집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예배드리고 있다고. 또 그 3개의 교회가 종교 절기가 되면 다 같이 모여 연합예배를 드린다고 들어서 그때마다 찾아가 같이 예배드린다고 답했다. 모르는 사람도 알고 있는 유월절, 부활절, 성탄절 등등. 그랬더니 그때 자기 불러달라고, 같이 보고 싶다고 말하는 무랏이었다.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무슬림에게 다른 종교의 예배 행위에 참석하는 것은 죄라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 예수님을 뜻하는 튀르키예어 Noel 노엘을 듣는 것만으로도 죄라고 한다. 호기심인 건지, 일이라도 터트리겠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친구와 함께 하는 예배라니 좋은 것 같다는 생각에 12월 25일 하필 성탄절에 무랏과 그의 두 친구들을 초대했다.






시간 순서대로 연재하고 싶지만, 갑자기 생각나는 것들도 있고, 떠오르는 것들도 많아서 주제에 따라 연재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개고생, 대화의 방법을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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